[내만복 칼럼] '고독사' 위험, 남의 일이 아니다

2018. 1. 24. 10:28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_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고립된 이웃을 향한 사회적 해법




1인 가구의 증가와 안전망의 부재

1인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전체 가구의 30%가 1인 가구다. 연령 특성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도시의 1인 가구는 장년층에게서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의 1인 가구는 지하철 2호선 라인과 같은 분포를 보인다. 1인 가구는 대학과 주요 오피스타운을 중심으로 많다(변미리, 2015). 1인 가구에는 개인이 선택한 화려한 싱글도 있지만, 직장을 구하기 위해 도시로 홀로 이사 온 사람들, 이혼, 사별 등의 가족 상실로 홀로 살게 된 사람들, 비싼 주거비로 2년마다 이사해야 하는 도시 유목민(nomad)도 있다. 최근엔 비혼 인구가 늘어나면서 한 번도 가족을 꾸린 적이 없는 인구층 또한 늘어나고 있다.

2017년 10월 <블룸버그>에서는 미국인 중에 결혼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들의 돌봄 문제, 혼자 죽음(Dying alone)의 위험에 대한 기획이 실렸다. 미국의 가족 통계에서 제시한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의 증가와 1인 가구의 증가를 돌봄의 문제와 연관시킨 내용이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돌봄의 1차적 책임을 가족에게 지우던 근대 가족의 개념을 이어가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즉 가족이 없는 사람의 증가, 가족이 있지만 없는 것과 같은 사람들의 증가가 주는 함의는 매우 크다. 1인 가구의 증가 문제를 안전, 돌봄의 문제로 확대하여 살펴봐야 한다. 혼자 살아가는 사람도 동일하게 겪을 질병과 죽음에 대한 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죽음



아무도 모르게 혼자 살다가 혼자 죽고 일정 기간 이후에 발견된 죽음이 있다. 이를 고독사라고 부른다. 고독사는 시신이 부패된 후에 발견되거나 아무도 모르게 치워지는 죽음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이 살다가 죽는 것은 인지상정이나, 고독한 죽음은 인간이 가장 나약해지고 외롭고 두려운 죽음의 순간에 돌봐주는 사람 없이 혼자 이 과정을 거치는 것이므로 인권이 침해된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필자가 진행한 연구결과, 서울시에서는 연간 162건의 고독사 확실 사례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송인주, 2016). 또한 이 연구에서는 고독사는 40대부터 64세까지의 남성에게서 많았고, 주로 주거 취약계층(원룸, 고시원, 다가구 등)중 물리적으로 관계가 고립된 1인 가구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고독사한 사람들의 가족은 시신을 인수하는 경우가 많아 무연고 사망자와 차이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이들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들은 집주인이나 관리인이었고 주로 이웃의 이상 신고 등에 의해 확인되었다.


ⓒ프레시안(최형락)


심리적으로 고립은 사람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치명적인 문제라고 한다(Khullar, 2016). 고립이 심한 사람은 타인에게 더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들의 만성적인 고립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을 뿐, 심각한 문제를 혼자서 견디다가 죽음에 이르는 것이므로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일상을 함께하는 주민이 할 수 있다

'서울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와 서울시복지재단은 2017년간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고립된 이웃 발굴 및 지원을 위한 시범 사업과 연구를 진행했다. 고독사가 많이 나타났던 관악구 대학동의 고시원, 금천구 가산동의 쪽방, 노원구 하계1동의 임대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고립된 사람들을 찾았다. 

그 과정은 이렇다. 동주민센터에서 통장, 임대업자, 지역토박이 등 평균 23년이 넘도록 동네에서 살아오신 분들을 10명 이상 모았다. 동은 자리를 마련하고 주민과 연구자가 3차례의 교육과 실험적 활동을 추진하였다. 고립된 사람을 추천해 줄 만한 사람(집주인, 임대업자 등)에게 추천을 받고 방문을 시도했다. 매주 3가구씩 방문을 시도했으나 문전박대당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집주인이 두문불출하여 걱정된다고 추천해 준 세입자들은 대체로 이렇게 거절 의사를 표현했다.

"필요 없다", "그냥 놔둬라", "난 아직 도움을 받을 사람이 아니다" 등이었다. 도움을 준다는 방문은 낙인감을 주거나 자존심에 상처를 줬던 것으로 보인다.

방문한 주민들의 관심 표현도 처음엔 서툴렀다. "동에서 확인 차 나왔으니 문 좀 열어라", "조사할 게 있다" 등등 공식적인 방문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드러날 경우, 오히려 고립된 이웃들은 거부 의사를 더 강하게 드러냈다. 고립된 사람들은 공무원이 공식적 조사를 한다고 방문할 경우보다는 집주인이나 아랫집, 위집에서 음식을 나눠 먹자거나 인기척이 없어 방문해봤다는 등의 호의에 의한 방문에 그나마 문을 여는 경우가 있었다.

이 활동을 통해서 주민들은 동네 수퍼마켓에서 식료품 파는 가게 주인이 술을 많이 사가는 이웃에게, 식당에서 음식을 파는 주인이 병색이 짙은 이웃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내고 생활상에 관심을 갖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임대아파트 단지에서는 고립되어 혼자 사는 사람이 위급할 때 전화할 수 있는 전화번호를 알려주어 긴급 상황이 해결되기도 했다.

방문을 거절할 경우는 쪽지로 안부를 묻거나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알려주는 간접적인 방안을 강구하기도 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는지 옆집에게 묻거나 창문이나 방문이 열리는지 발소리가 나는지를 관찰하여 생사 안부를 확인하는 방안도 있다. 발소리가 층간소음이 아니라 생명소리가 되는 순간이 되기도 했다. 주민간의 일상적 만남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주민의 눈과 공공의 지원이 함께 필요하다

실험적인 방문에서 시작하여 많은 실패를 거듭했지만 주민들은 간접적으로 관심을 갖는 주민네트워크가 중요함을 파악하고 다양한 방안으로 주민간의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주민들은 활동을 통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데 성공이 안 되어 안타깝다.' '정말 꽁꽁 숨어있다.' '어떻게 하면 서로 대화할 수 있을까?' 등을 자문하며 조금씩 더 나은 방문과 접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예를 들어, 가산동은 골목에서 자주 반상회를 열기 시작했고, 대학동은 지역 주민에게 살피미가 되어달라고 찾아다니며 네트워크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하계1동 임대아파트는 응급연락망을 부착한 집에 문제가 생기면 이웃 간에 서로 연락이 가능해 졌다. 지역주민들은 나서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래도 이렇게 다니는 사람들이 있으니 좀 안심이 된다고 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2018년에도 시범사업을 확대하여 고독사 위험이 높은 지역에서 주민 안전망 운영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주민들이 확인한 주민들 중, 임대료 지원이 필요하거나 지속적인 건강관리와 상담이 필요하거나, 의료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서울시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응급 지원을 연결하여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의 관심과 공공의 지원이 만나면 더 튼튼한 안전망을 만들 수 있다. 1인 가구와 고립된 이웃의 증가는 돌봄의 기능을 가족이 아닌 사회가 해야 하는 요청이 늘어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관계망은 이미 WHO 건강 개념의 중요한 요소이다. 개인의 사회적 관계망도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고립된 이웃에 대한 접근만큼은 공공만의 접근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고립된 이웃을 지원하는 주민의 관심, 공공의 지원체계를 통한 섬세한 접근을 더 확대해야 한다.


<참고문헌>
변미리(2015) 서울특별시 1인 가구 대책 정책연구, 서울연구원
송인주(2016) 고독사 실패파악 및 지원방안 연구, 서울시복지재단
Khruc Khullar, 2016.12.22 "The Upshot Human Touch", The Newyork Times



* 출처 : 프레시안 http://m.pressian.com/m/m_article.html?no=183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