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문재인 100일 복지, 대선 공약대로 가고 있나?

2017. 8. 25. 14:18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복지 공약의 부분적 후퇴와 취약계층 복지의 주변화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문재인 정부가 출범 100일을 넘었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 상당히 높다. 이러한 호평의 근거에는 굵직한 복지 정책들의 발표도 한몫을 했으리라 판단한다. 

문재인표 복지 정책이 지닌 강점은 분명하다. 국민건강보험, 기초연금, 아동수당, 부양의무자 등 우리나라 복지가 꼭 풀어야 할 과제를 정책 목표로 삼았고, 또 구체적 실행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2010년 이후 대한민국에서 시작된 복지 바람이 문재인 정부에서 큰 도약을 이루기를 바란다. 

하지만 비판적으로 되돌아볼 점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나라다운 나라'를 갈구하며 한겨울에 광장으로 나왔던 촛불 시민들이 만든 정부이다. 그만큼 예전 어느 정부보다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이러한 눈높이에서 보면 지난 100일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문재인 100일 복지, 총론이 없다 

우선, 새로운 대한민국을 주창하면서도 미래 복지국가의 상이 불투명하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포용적 복지국가'를 내세웠지만 사실상 단어뿐이다. 

예를 들어, 포용적 복지국가가 지향하는 복지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 임기 내 복지 지출 목표도, 국민 부담률 목표도 없다. 단지 건강보험, 아동 수당, 기초연금 등 항목별 발표에 그친다.  

혹시 구체적 지표로 제시하기엔 목표치가 빈약해서일까?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보면, 추가소요 재정 178조 원 중 직접 복지에 해당하는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분야에 배정된 돈이 총 77.4조 원, 연 15.5조 원이다. 여기에 추가될 지자체 대응 예산, 여기 계산법에 포함되지 않은 사회보험 지출을 감안해도, 추가 복지 규모가 연 국내총생산(GDP)의 2%(2017년 기준 약 34조 원)를 넘지 않을 듯하다. 

재정 방안에 해당하는 국민 부담률 목표도 없다. 문재인 정부가 마련한 올해 세법 개정안을 보면 증세 몫이 연 5.5조 원이다. GDP 0.3% 수준의 규모이다. 아직 임기 중 전체 조세 개혁 로드맵도 확인할 수 없다. 또한 사회보험료에 대한 전체 그림도 아직 없다.

결국 문재인 정부 100일 복지 정책을 보면, 각론만 있고 총론이 없다. 개별 주제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 복지가 나아가 종합 로드맵이 있어야 시민들이 복지국가에 대한 희망을 힘있게 가질 수 있고, 문재인 정부와 함께 역동적으로 걸어갈 수 있다. 임기 초반 지지가 높을 때가 이러한 비전을 발표할 적기이다. 때를 놓치지 말고 종합적 복지국가 플랜을 내놓기 바란다.

대선 공약 이행에서 '부분적 후퇴' 

개별 복지 영역에서도 비판의 소지가 존재한다. 대선 복지 공약을 기준으로 보면, 이행 과정에서 '부분적 후퇴'가 눈에 띈다. <표>에 정리돼 있듯이,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주요 복지 정책을 보면 애초 복지 공약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후퇴'에 대한 해명이 없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엄격히 따지지 않을 수 없다.

<표> 문재인 정부의 주요 복지 공약의 변화.

  
우선,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대책이 대선 공약보다 후퇴했다. 대선 공약에서 문재인 후보는 비급여를 급여화해 '실질적인 백만 원 상한제 달성'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지난 대책 발표에서 기존 비급여를 예비 급여로 전면 급여화하겠다는 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이는 현행 비급여 진료가 공적 관리체계 안으로 들어온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그럼에도 '예비 급여'의 본인부담금이 50~90%로 높고, 이 예비 급여가 본인부담 상한제 적용에서 제외되기에 중중질환자의 경우 여전히 본인부담 지출이 클 수밖에 없다. 이는 '실질적 백만 원 상한제 달성'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기에 건강보험 보장률도, 현행 63.4%에서 임기 말 70%로 오르는 수준에 그친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성모병원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청와대


부양의무자 기준의 단계적 폐지? 사실상 공약 위반! 

대선 공약 대비 가장 후퇴가 큰 주제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이다. 대선 공약은 부양의무자 기준의 '급여별, 대상자별' 단계적 폐지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기초생활보장 종합 계획에 의하면 급여별 폐지는 주거급여에 한정된다.  

현재 교육급여(중위소득 50%)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면 주거급여(중위소득 43%), 의료급여(중위소득 40%), 생계급여(중위소득 30%)의 로드맵이 나와야 했는데 문재인 정부의 기초생활보장 종합 계획은 주거급여에서 멈추었다. 이는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핵심인 의료급여, 생계급여에서는 계속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대선 공약에서 '단계적' 단어를 사용하지 말았어야 했다. 엄밀히 따지면, 이는 공약 위반이다.  

부양의무자 관련 정책의 빈약함은 소요 재정에서도 확인된다. 문재인 정부 5개년 계획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에 소요되는 재정은 총 4.8조 원이다. 여기에 지방비 대응 지출까지 합치면(국고보조율 약 80%), 총소요액은 6조 원으로 예상되니 연 1.2조 원 규모이다. 국회예산처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에 필요한 소요재원 연 10조 원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니 수급자 확대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정부는 기초생활보장 종합 계획으로 수급자 수가 2016년 163만 명에서 2020년까지 252만 명으로 약 90만 명이 늘어난다는데 대부분 주거급여 신규 수급자이다. 생계급여 수급자는 2020년까지 3.5만 명 증가에 불과하고 임기까지 6.6만 명 증가에 그친다. (보건복지부가 재산 기준 완화로 생계급여 수급자가 2만 명 더 증가해 총 8.8만 명이라 홍보하지만, 재산 기준 완화는 시행 시기가 2022년 10월. 문재인 정부 임기 이후에 시행하는 수치까지 포함하는 건 무리). 

주거 복지와 아동수당, 아직 완전 이행 불명확 

주거 복지 정책도 걱정이 생기는 주제이다. 이 정책은 9월에 발표될 예정이지만 '5개년 계획'을 보면 우려할 만한 조짐이 보인다. 대선 공약은 분명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료 상한제, 계속거주권(계약 갱신 청구권)'을 명시했다.  

하지만 '5개년 계획'에서는 '임대차 계약 갱신 청구권 등의 단계적 제도화'로 표현되었다. 어찌된 일인지, '임대료 상한제' 단어가 보이지 않는다. 혹시 '등'에 포함되었다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이 중요한 단어를 그렇게 다루어도 되는 것일까? 

공공 임대주택의 경우에도 대선 공약에선 '장기 공공임대주택' 13만 호로 명시되었지만 '5개년 계획'에선 '장기' 단어가 사라졌다. 공공 임대주택에서 '장기'가 지닌 의미가 크다는 점에서 이 역시 심상치 않게 느껴진다. 다음달 발표될 주거복지 대책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이다.

아동수당도 애매한 구석이 존재한다. 대선 공약은 '10만 원부터 시작하여 단계적 인상'이다. 얼마 전 당정청 협의에서 아동수당 10만 원을 발표했다. 2018년 7월부터 도입된다. 그런데, '5개년 계획'에서 '단계적 인상' 문구가 사라졌고, 당정청 발표에서도 역시 해당 내용이 없다. 아마도 '5개년 계획' 소요재정 178조 원에도 '단계적 인상' 재정은 없으리라 추정된다. 

며칠 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동수당 기준 연령과 지급액을 상황을 봐가며 인상할 계획”이라고 언급은 했다. 그럼에도 '5개년 계획'의 공식 문서에서 사라지고 '당정청 협의' 발표에서도 없었다는 점에서 정말 실행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방치되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기초연금에서도 아쉬움이 존재한다. 지난 22일 내년 4월부터 기초연금이 25만 원으로 시작해 30만 원으로 올리는 기초연금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었다. 이것은 대선 공약과 같다. 

하지만 작년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천명했던 공약에 비하면 부족한 내용이다. 작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역시 기초연금 30만 원을 약속했지만 이 금액을 'A값 15%'로 병기했다. 이는 국민연금의 가입자 평균 소득(A값)을 기초연금 산정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미이다. 즉 기초연금의 매년 조정 기준이 물가가 아니라 소득으로 강화된다. 보통 물가보다 소득증가율이 높기에 이는 기초연금 자연증가분의 상향을 의미하는 중요한 조항인데, 이번 대선에서는 공약에서 아예 빠졌고, 이번 입법 예고에도 발견할 수 없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의 방치도 심각한 문제이다. 기초생활 수급 40만 명의 노인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20만 원 받고 20만 원 빼앗겨 왔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25만 원 받고 25만 원 빼앗기고, 결국 30만 원 받고 30만 원을 빼앗길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공공부조의 보충성 원리를 이야기한다. 기초연금만큼 소득인정액이 늘었으니 생계급여는 그만큼 삭감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기초연금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가 정착된 이후에 도입된 노인수당 제도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처럼 보충성 원리를 기초연금에 경직적으로 적용하면, 기초수급 노인과 차상위 이상 노인 사이에 기초연금만큼 가처분 소득의 '역진적 격차'가 발생한다. 왜 친서민을 주창하는 문재인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가?

취약계층 복지의 주변화를 경계한다! 

문재인 100일, 여러 긍정적 변화가 분명 진행되고 있다. 시민들의 높은 지지는 앞으로 더 전진하라는 응원의 박수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난 100일 복지 분야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필요하다. 

우선, '나라다운 나라'의 비전을 실질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포용적 복지국가'를 주창했으면 이에 합당한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복지 주제별로도 공약 이행에서 부분적 후퇴도 눈에 띈다. 이에 대해선 명확한 해명과 보완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이리 슬쩍 넘어가는 건 곤란하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도 취약계층 복지가 주변화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진다. 대선 공약 대비 실행이 가장 빈약한 주제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이다. 또한 지난 총선에서는 명확히 약속했건만 이번 대선공약부터 사라진 의제가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이다. 모두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들이다(주거복지는 9월 발표에서 확인 필요). 친서민을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로서 취약계층 복지에 부족함이 없도록 온 힘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