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사회복지사의 '복지'는 처참한 수준이다

2017. 6. 22. 11:24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사회복지사도 주 40시간만 일하고 싶다






                                                               장재구 서울특별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라는 국민의 열망을 안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대통령'을 선언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복지, 보육, 요양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사회복지 일자리의 확대는 일자리뿐만 아니라 국민의 복지 서비스 향상을 위해서도 매우 필요한 일이기에 크게 환영한다.

사회복지사업, 장시간 노동을 가능케 하는 특례 업종

그럼에도 한계가 여전히 남는다. 우선 사회복지 종사자의 과도한 노동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질지 불명확하다. 사회복지 사업이 여전히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특례 인정 사업으로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59조는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에 대한 특례 규정을 두어 법에 열거한 업종에 해당하는 경우 주(週)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 근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업종은 '1. 운수업, 물품 판매 및 보관업, 금융보험업. 2. 영화 제작 및 흥행업, 통신업, 교육연구 및 조사 사업, 광고업. 3.의료 및 위생 사업, 접객업, 소각 및 청소업, 이용업. 4. 그 밖에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의 특성상 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이다. 이 때 사회복지사업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으로 규정되어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 업종에 포함된다.  

2000년 전국장애인생활시설직원연합회가 열악한 장애인 생활시설 직원들의 근무 여건 개선과 보육사(생활 재활 교사)들의 근무시간 단축(2교대 근무 실시) 등을 요구하며 전국 각 시설의 시설장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4시간 입주 노동에서 2교대제를 만들어냈지만, 여전히 사회복지생활 시설의 경우 1일 2교대제(24시간 격일 근무제, 12시간 근무제 등)가 35.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 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를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유지, 향상하는 사회복지 사업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이다. 그럼에도 국가는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책임을 사회복지 시설에 위탁하고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을 취한다. 여기에 사회복지 사업을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 업종으로 용인함으로써 사회복지 사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고 있다. 

2013년 보건복지부 내부 자료에 의하면 사회복지시설에서 3교대를 추진하면, 정신생활시설, 장애인생활시설, 노인생활시설, 기타 생활시설에 약 9만 명의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사실 이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보다는 사회복지 시설의 비정상적인 장시간 노동을 정상화는 것에 다름아니다.  

▲ <표 1> 사회복지시설 3교대 추진시 확충 인원(보건복지부 내부자료, 2013,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등, 2017, <사회복지 공공분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토론회 자료>에서 재인용).


문재인 정부에서 특례 업종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가 근로시간 특례 업종의 폐지 대상에 사회복지 사업을 포함할지 여부를 결론내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에 마음이 무겁다. 사회복지 사업장 대부분이 30인 이하의 소규모 사업장이고 절대 다수의 사회복지 노동자가 여성인만큼 사회복지 사업을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 업종에서 제외해야 한다. 민간 위탁을 통한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과로 공화국을 만드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의 폐지는 절실하다.  

지켜지지 않는 보건복지부 인건비 가이드라인 

또 하나의 문제는 사회복지사에 대한 인건비 가이드라인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일선 현장에서 사회복지 서비스를 전달하는 사회복지사의 열악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보건복지부 장관과 광역자치단체장에게 사회복지사의 처우 및 인권 관련 권고를 전달했다.  

인권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에 사회복지사의 권리 및 신분 보장에 대한 근거 규정을 신설할 것", 또한 같은 법 시행령에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 준수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노력 의무를 규정하고, 미 이행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준수율을 공고하여 이행 독려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그리고 광역자치단체장에게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것"을 권고했다.  

그럼에도 2016년 보건복지부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전국 17광역시도 중 서울을 비롯한 6개 시,도만이 보건복지부 사회복지 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지키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매년 사회복지 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이 최소 기준임을 밝히고 있음에도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지키지 않아 사회복지 노동자의 저임금 구조가 방치되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에서 직접 책임 운영하는 비분권 사회복지 시설도 마찬가지 문제가 있다. <표 2>에서 보듯이, 보건복지부가 직접 운영하는 이용시설, 거주시설에서도 보건복지부 인건비 가이드라인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 <표 2> 2017년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 및 보건복지부 운영 시설별 급여 비교(단위 : 원). * 지역아동센터 : 생활교사 1호봉에 해당함(직급별 봉급표가 없음).

▲ <표 3> 2017년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 및 여성가족부 사회복지시설 인건비 비교(단위 : 천원). 출처 : 장재구(2017), "사회복지서비스노동자의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벗어나기 위한 개선 방향"


단일 임금체계 마련하고 인건비 가이드라인 현실화해야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겪는 장시간 노동과 낮은 임금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문재인 정부를 맞아 꼭 해결되기를 바란다. 과연 이것이 무리한 요구인가? 단지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 가치의 보수'의 원칙을 구현하라는 것 아닌가? 

같은 가치를 지닌 노동에 대하여는 성별, 연령, 신분 등에 따라 차별하지 말고 같은 임금을 지급하라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고용 및 직업에 있어서의 차별에 관한 권고가 사회복지 종사자에게도 적용돼야 한다. 사회복지 시설이 어느 지역에 위치해 있느냐, 어느 분야의 사회복지시설이냐에 따른 차등적인 임금이 아니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우선 현재 사회복지이용 시설, 생활 시설로 구분한 보건복지부 사회복지 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단일 임금 체계로 통일해야 한다. 또한 사회복지 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반드시 준수하도록 강제화하여 지역별, 시설별 차등을 없애야 한다. 보건복지부 및 여성가족부 책임 시설에서 인건비 가이드라인이 준수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중앙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든다.  

나아가 임금 가이드라인도 현실화해야 한다.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향상에 관한 법률'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복지사 등의 보수가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의 보수 수준에 도달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했지만, 현재 사회복지 시설 노동자의 임금은 공무원 보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에 소속되어 국민 복지 향상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 공무원이나 국가의 업무를 위임받아 대행하는 사회복지 시설에 소속되어 국민 복지 향상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시설 노동자가 같은 처우를 보장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