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문재인 정부, 과감한 증세에 나서라!

2017. 6. 1. 16:31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소요 재원 35.6조 중 정공법 예산은 6.3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20일쯤 지났다. 총리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했지만, 지난 20일간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게 했다. 

첫 인사를 직접 발표하며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 파격적인 청와대 비서관 인사,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처리 지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지시, 획기적인 검찰 인사 등과 같은 사이다 행보가 이어지면서, 뉴스 보는 게 즐겁고 기대된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러한 과감한 행보는 후보 시절의 모습과 대비되면서, 대통령 문재인과 후보 문재인은 다른 사람같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불명확하고 실현 가능성이 부족한 재원 조달 방안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우유부단하다는 평가를 종종 받았다. 선거 전략상 중도로의 확장이 필요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1위 후보로서 변수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일 수도 있지만, 사안에 대한 명확한 태도를 내놓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수차례 진행된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도 분명하고 과감한 태도를 보여주지 못해, 지지자들이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러한 문재인 후보의 불명확한 태도가 두드러진 분야 중 하나가 조세·재정 공약이었다. 문재인 후보는 공약의 총 소요 재원으로 5년간 178조 원, 연 평균 35.6조 원을 제시했다. 이 정도 규모의 재원이 공약을 이행하는 데 충분한지, 재원 추계가 누락되거나 과소 계산된 것은 아닌지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지만 명쾌한 해명은 나오지 않았다. 

소요 재원 추계보다 더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재원 조달 방안이었다. 문재인 후보는 공약이행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재정 개혁 22.4조 원, 조세 개혁 13.2조 원을 제시했다. 재원 조달의 중심축이 조세 개혁을 통한 정공법에 있지 않고 이미 이전 정부의 수차례 시도에서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 확인된 재정 개혁에 있었다. 

재정 개혁의 대부분은 재정 지출 절감이었는데, 재정 지출 절감액이 연간 18.4조 원으로 총 소요 재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조세 개혁 13.2조 원 중에는 탈루 세금 과세 강화가 5.9조 원을 차지하고 있어, 세법 개정에 의해 확보되는 재원은 6.3조 원에 불과했다. 세법 개정이라는 정공법으로 확보되는 재원이 총 소요 재원의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세법 개정 내용도 세목별로 그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고소득자 과세 강화, 고액 상속·증여에 대한 세부담 인상, 자산가 자본 이득 강화,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 대기업 비과세 감면 정비,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등을 언급했을 뿐, 구체적으로 각 세목별로 어느 수준의 조정을 통해 재원을 얼마나 확보할지 제시하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의 답답한 행보가 두드러진 분야가 조세·재정 정책이었던 셈이다.  

낙관할 수 없는 세입 여건 

대선 기간 중에 그리고 당선된 이후에도 최근의 세수 호조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2016년부터 세입이 큰 폭으로 늘기 때문에 특단의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않아도 공약 이행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다. 

물론, 2016년 조세 수입이 최근 몇 년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호성적을 낸 것은 사실이다. 2016년 국세 수입 실적은 242.6조 원을 기록하여 2015년에 비해 24.7조 원 증가했다. 당초 예산인 222.9조 원보다 19.7조 원, 추경 예산인 232.7조 원보다 9.9조원이 증가한 수치였다.  

지방세를 포함하여 계산한 조세부담률도 19.4%를 기록하여 2007년 이래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2016년의 초과 세수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까? 최근 6년간 예산(추경이 있을 경우 추경예산)과 결산의 국세 수입을 비교한 아래의 [표1]을 보면 장담하기 어렵다. 

▲ 자료 : 각연도 예산, 2013, 2015년은 추경예산 기준. 국가결산보고서


최근 6년간 초과 세수가 발생한 해는 3년이었고, 부족 세수가 발행한 해도 3년이었다. 2012년 2.8조 원, 2013년 8.5조 원, 2014년 11.0조 원의 부족 세수가 발생하였다. 2016년의 9.9조 원 초과 세수가 오히려 예외적인 결과로, 최근 6년의 평균은 0.9조 원 부족 세수로 집계된다. 2016년에 있었던 매우 큰 폭의 세수 증가가 앞으로의 5년 동안 매해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 된다.  

2017년의 세입 상황은 어떨까? 다행스럽게도 그 추세가 나쁘지는 않다. 기획재정부의 2017년 5월 월간 재정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 누적 국세 수입이 69.9조 원으로 전년보다 5.9조 원 증가했다. 그런데, 전년과 비교하여 3개월 동안 5.9조 원 증가했으니, 1년이면 20조 원 이상의 증가, 즉 2016년 수준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까?  

아래의 [표2]는 2016년과 2017년의 국세의 전년 대비 증가액을 비교한 것이다. 2016년의 연간 전년 대비 증가액이 24.7조 원인데, 증가액의 대부분은 상반기에 발생했음이 확인된다. 3월까지의 증가액이 연간 증가액의 50% 이상, 4월까지의 증가액이 연간 증가액의 70%를 훌쩍 넘는다. 작년의 실적에 대한 세금을 올해 상반기에 납부하는 국세행정 프로세스상 상반기에 그 효과가 집중되는 특징이 있는 것이다.  

▲ 자료 : 기획재정부 월간재정동향.


1~3월 전년대비 증가액을 2016년과 2017년을 비교할 경우 2017년의 증가폭이 2016년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는 것도 확인된다. 3개월 누적 전년 대비 증가액이 2016년에는 13.8조 원이었지만, 2017년에는 5.9조 원 수준이다. 2016년의 경우 3월까지의 증가액의 2배 수준에서 연간 증가액이 멈춘 것을 고려하면, 2017년 연간으로 전년 대비 국세징수액 증가액이 10조 원 남짓 수준에 그칠 수도 있는 셈이다.  

세수 증가를 주도하는 세목을 살펴봐도 긍정적이지 않다. 2016년의 경우 3월까지의 국세 증가액은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가 주도했고, 그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졌다. 반면, 2017년에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의 증가폭이 상당 부분 줄어들고, 기타 세목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세수는 중요 세목에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보면, 2017년의 3월까지의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리라는 기대를 하기가 매우 조심스럽다. 

전년 대비 10조 원이라는 숫자가 커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자연증가분 정도에 해당한다. 실질GDP 증가율은 2% 중반에 머물지만 물가상승율이 있기 때문에 매년 경상GDP는 4~5% 증가하고 있다. 즉, 2016년 경상GDP가 1637.4조 원이기 때문에 2017년 경상GDP는 2016년과 비교하여 65조~82조 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조세부담률인 19.4%가 유지된다면, 조세 수입도 13조~16조 원 정도 증가한다. 즉, 10조 원 남짓의 국세 수입의 증가는 지방세를 고려하더라도 현상 유지 수준임을 의미한다.  

법인세, 소득세, 보유세의 미룰 수 없는 공평 과세의 과제 

촛불 시민혁명이 만들어낸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매우 높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축소, 사회양극화 해소, 노인 빈곤 감축, 사회안전망 확충 등 헬조선을 벗어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많다. 문재인 정부도 국민들의 기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현상 유지 수준의 재원 확보 방안으로는 국민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킬 수도,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는 데 있다.  

그 점에서 조세 재정 정책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 불명확하고 실현가능성이 부족한 재원 방안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과감한 재원 확보 방안으로 전환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특히, 공평 과세 확립을 위한 시급한 과제는 추가 증세를 위한 국민적인 공감대 확보를 위해서라도 미룰 수 없는 문제들이다.

공평 과세 확립을 위한 과제로는 우선, 법인세와 보유세의 원상 회복이 있다. 법인세의 경우 공제 감면 축소를 통한 실효세율 인상뿐만 아니라 명목세율 인상도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가 후퇴시켜버린 보유세도 원상 회복이 절실하다. 보유세 원상 회복은 증세로 확보되는 세수도 상당하지만, 자금이 좀 더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게 만든다는 점에서 성장동력을 회복하는 의미도 있다. 

소득세의 경우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라는 원칙을 예외없이 적용하는 것이 시급하다. 제대로 과세되지 않는 소득의 대표적인 예로 상장주식 양도 차익과 주택 임대 소득이 있다. 상장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는 과세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세율 체계도 누진 과세로 통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주택 임태 소득 과세도 앞당겨서 실행해야 한다. 2000만 원 이하의 소규모 주택 임대 소득 과세가 유예되면서 전체 주택 임대 소득 과세도 유명무실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2000만 원 이하의 소득이 비과세되는 상황에서 3000만 원의 소득을 얻는 사람이 성실히 세금을 낼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된 종교인 과세도 마찬가지다. 소득이 있으면 과세한다는 원칙을 예외없이 적용해야 한다.  

조세·재정 정책에서도 사이다 행보가 필요해 

사실 문재인 정부도 어떤 조세 개혁이 필요한지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최종적으로 공약집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이러저러한 토론회 자료집을 확인해 보면 공평 과세 확립을 위한 주요 과제에 대해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세·재정 정책에서도 반전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조세·재정 정책에서도 사이다 행보를 보여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00개 국정 과제로 통합 정리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서도 지금까지의 불명확한 태도에서 벗어나 과감하고 적극적인 증세를 추진하는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물론 증세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는 쉽지 않다. 국민을 설득하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초기에 보여준 적극적인 소통 행보는 그것마저 기대하게 한다. 문재인 정부의 사이다 행보가 조세·재정 정책으로도 이어져, 많은 국민들이 흔쾌히 증세에 동참하는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