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노후소득 보장은 공적연금 3원체계로

2017. 3. 25. 22:31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오건호 내가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노후가 불안하다. 무엇보다 핵심 소득 방안인 공적연금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공적연금을 강화할까?

여러 상충된 의견이 등장한다. 그만큼 연금제도는 복잡하다. 연금은 다른 복지와 달리 기여와 급여에 시차가 존재하기에 미래까지 염두에 두고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현행 연금제도의 수지균형에 문제가 있다면 진단에서 냉철한 접근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이러한 처지에 있다. 국민연금 보장성이 정치권의 관심이다. 낮은 급여율이 동네북이다. 하지만 연금은 급여와 보험료의 짝으로 이루어진 제도이다.

급여율 인상을 주장하면서 보험료율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현행 국민연금에서 가입자가 얻는 혜택은 수익비로 접근하면 약 2배이다. 오히려 그만큼 현재 세대가 후세대로 재정 짐을 넘기고 있다.

게다가 국민연금이 소득재분배 원리를 담고 있다지만 실제는 역진적 효과를 낳고 있다. 국민연금은 급여구조는 균등급여(A급여)와 비례급여(B급여)의 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균등급여(A급여) 덕택에 하위계층일수록 급여율이 높아 재분배 제도라고 홍보된다.

그런데 실상은 거꾸로이다. 현재 평균 수익비가 2배인 구조에서 모든 가입자는 자신이 낸 보험료만큼을 비례급여를 통해 돌려받는다. 나머지는 제도 가입으로 얻는 혜택인데 그 크기가 대략 균등급여와 같다. 누가 균등급여를 많이 받을까? 가입기간이 긴 사람이다. 노동시장 중심권에 있는 중상위계층일수록 가입기간이 길고 균등급여 절대액도 많다.

결국 중상위계층일수록 국민연금 혜택이 크고, 아예 국민연금 밖에 있는 취약계층은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애초 설계원리 취지와 다르게 결과가 초래된 것은 높은 수익비 때문이다. 현행 국민연금의 수지불균형이 세대간 재정 형평성 문제와, 동시에 현재 세대내 급여혜택의 형평성 문제까지 낳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할까? 보험료율을 크게 올리지 못할 거라면 급여율 인상을 제안하기 어렵다. 여기서 난처한 상황이 발생한다. 노후빈곤이 심각한 상황에서 국민연금 수령액이 적음에도 급여율을 올리는 건 곤란하다니.

개인연금 빈곤층에 그림의 떡

공적연금의 시야를 다층체계로 확대하자. 국민연금만으로 노후소득보장을 책임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도 다층체계를 추진하지만 본인이 지향하는 방향과는 반대이다. 정부는 공적연금만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 없으니 개인연금을 활용하라는 일종의 연금 시장화를 도모한다. 이는 보험료를 낼 수 없는 하위계층에겐 그림의 떡이다. 각자도생으로 노후를 대비하라는 이야기에 다름아니다.

나는 공적연금 3원체계를 제안한다. 핵심은 기초연금 강화이다. 기초연금은 노동시장에서의 지위와 무관하게 지급되기에 사각지대를 낳지 않는다. 이미 은퇴한 현재 빈곤 노인에게도 도움을 준다. 당해 재원을 당해 마련하는 부과방식 구조여서 노인수가 증가하는만큼 재정을 늘려가는 연착륙 경로도 세울 수 있다. 이에 재정이 허락하는 선에서 기초연금은 강할수록 좋다. 40만원 수준까지는 오르기 바란다. 하위계층 노인에게만 지급되는 선별적 보충기초연금 도입도 논의해볼만 하다.

국민연금은 어떻게 할까? 안타깝지만 급여율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한다. 점진적으로 보험료율을 상향해 세대간 재정 형평성을 도모하는 중장기 개혁 로드맵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점차 국민연금 수급자가 증가하고 자식 세대의 부담을 생각하는 사람이 늘수록 사회적 논의가 가능하리라 기대한다.

퇴직연금은 공적연금으로 전환하자. 법정 의무로 시행되는 퇴직연금을 제 2 국민연금으로 전환하면 중상위계층의 낮은 국민연금 급여율을 보완할 수 있다. 또한 관리운용비도 절감하고 기금운용에 공공적 가치도 반영할 수 있다.

여기서는 퇴직연금 가입자의 동의가 관건이다. 공적연금으로 전환될 경우 일시금 수령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연금형태 수령을 독려하는 인세티브를 도입해 점진적으로 연금형태로 전환해 가자.

이러면 공적연금은 기초, 국민, (전환된) 퇴직연금 3원체계의 모양을 지닌다. 과거에 일반 국민에게 적용되는 공적연금이 국민연금 단일체계였다면 2008년 이후부터 국민·기초 이원체계로 개편되었고, 이후 기초연금 중심 3원체계로 발전시키자는 제안이다. 이를 통해 세대내 형평성을 개선하고 세대간 책임도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지속가능한 노후소득보장 제도가 자리잡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