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암 걸려도 병원비 100만 원 넘게 내지 말자

2017. 1. 19. 15:12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2017 대선 보건 의료 개혁 4대 과제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



2017년 새해가 밝으면서 대선 경쟁이 본격화되었다. 촛불 민심은 대통령 탄핵을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갈망한다. 촉박한 일정이지만, 이번 대선이 시대적 요구를 구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 중 하나가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닦는 일이다. 주요 대선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복지 확대를 말한다. 문제는 방안이다. 과연 어떤 복지를 어떤 방식으로 늘려가는 게 바람직할까? 

새해를 맞아 내만복 칼럼은 주요 복지 의제별로 실태를 진단하고 핵심 개혁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 글은 세 번째로 우리나라 보건 의료 개혁 4대 과제를 제시한다.  

(☞내만복 대선 복지 의제 바로 가기 : [총론]2017 대선 키워드, '의·교·주·노'[주거]2017년 대선 후보, 사회 주택에 주목하라) 

병원비 걱정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 중 하나이다. 병원비로 인해 가계 파탄의 위협이 상존하건만 국민건강보험(이하 건강보험)이 작동되지 않은 탓이다. 그러다보니 성금이나 모금과 같은 사적 후원에 의지하거나 비싼 민간 의료보험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 홀대한 이명박·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에 소홀했다. 의료 서비스를 산업적 시각으로 접근하다보니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보다는 의료 영리화나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에 매진했다. 그나마 노무현 정부에서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57%(2003년)에서 65%(2007년)까지 확대되었으나 이후 정체되거나 하락했다.  

이명박 정부 말기 보장률은 62.5%로 줄었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 2014년 63.2%이다.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 보장 약속은 정권 초반부터 실종되었고, 대신 영리 자회사 허용, 의료 관광 활성화,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 등이 앞다퉈 나왔다.

▲ 박근혜 대통령은 의료 규제 완화, 의료 수출 정책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건강보험이 국민의 의료 불안을 해소해주지 못하자, 민간 의료보험 시장은 급격하게 팽창했다. 2007년에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실손 의료보험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에 급격하게 늘어 전체 국민의 70% 이상이 가입했다. 실손 의료보험, 암보험, 질병보험, 어린이 보험 등 민간 의료보험에 가구당 평균 4.8개씩 가입하고 월 평균 28.8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 이러니 의료 불안보다 민간 의료보험료에 등골이 휠 지경이다. 

실손 의료보험과 같은 민간 의료보험이 병원비 걱정을 덜어줄 수 있을까? 실손 의료보험은 보험료 부담이 매우 커 노후에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실손 의료보험으로 병원비 걱정 해결은 어려워 

첫째, 실손 의료보험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100세까지 보장해준다는 실손 의료보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00세까지 보험료를 내야 한다. 갱신될 때마다 실손 보험료는 급격히 오른다. 실손 의료보험료의 위험률 증가(자연 증가분은 제외)는 3년마다 20% 내외에 이르며, 이는 건강보험료율 증가보다도 높다.  

금융위원회에 의하면 현재 수준으로 실손 의료보험료가 증가하면 80세가 되면 월 보험료가 6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노후에는 소득은 줄거나 없어지는데 실손 보험료는 수십만 원으로 증가하니 보험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노후의 의료비를 실손 의료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에 가깝다.  

둘째, 실손 의료보험료는 건강보험료보다 보험료 부담이 커 효용적이지 않다. 실손 의료보험과 같은 민간 의료보험은 가입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반면, 국민건강보험에서는 가입자가 직접 부담하는 몫이 대략 55%정도이다. 나머지는 사업주와 국고 지원이다. 여기에 국민건강보험은 재원의 3%만을 운영비에 쓰지만, 민간 의료보험은 20~30%를 사업비로 사용한다. 동일한 의료비를 해결하는데, 국민건강보험보다 민간 의료보험이 훨씬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또한 건강보험료는 소득에 비례하므로 서민들의 부담이 적은 반면, 실손 의료보험료는 나이나 위험에 비례하므로 노인, 환자, 장애인 등의 보험료가 매우 높거고 또 가입 자체가 거부되기도 한다. 

세째, 실손 의료보험은 애초의 기대와 달리 국민의 병원바 부담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실손 의료보험은 당장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확대되기 어려운 조건에서 보충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실손 의료보험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면, 국민의 병원비 부담은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실손 의료보험이 본격 출시된 해인 2007년 국민이 직접 부담한 의료비는 22조 원이었다. 전체 국민의 60% 이상이 실손 의료보험에 가입한 2014년 국민이 직접부담한 의료비는 38조 원으로 껑충 늘었다. 실손 의료보험 가입률이 거의 포화 상태인데도 가계의 병원비 부담은 줄지 않았다. 이는 실손 의료보험이 젊고 건강한 사람만을 선별하여 가입시키고, 기존의 질병과 기왕력이 있거나, 의료비 지출의 가능성이 높은 노인들은 배제한 결과이다.  

오히려 실손 의료보험은 새로운 비급여 항목을 유발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대표적인 것이 요즘 논란이 되는 도수 치료이다. 실손 의료보험이 기존 병원비 부담을 줄이기보다는 새로운 비급여의 팽창을 가져 와 전체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넷째, 민간 보험사는 실손 의료보험을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추켜세우며 국민건강보험과 대등한 지위를 부여하려 한다. 비급여 관리를 이유로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 진료비에 대한 심사평가 등의 권한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건강보험과 실손 의료보험이 경쟁하는 의료 체계가 형성되고 보건의료 체계는 민간 보험사 중심의 민영 의료체계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실손 의료보험이 이제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사회보장 제도의 틀을 위협하고 있다. 

새 정부의 보건의료 4대 과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등장하는 새로운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의료 정책과 완전히 단절해야 한다. 지난 10여년간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소홀히 한 채, 의료 영리화에 올인하다시피 하였다. 심지어 건강보험 재정이 20조 원에 이르는 유례없는 흑자임에도 재원을 보장성 확대에 사용하자는 국민적 요구조차 무시해왔다. 

이제라도 국민건강보험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온전히 책임지는 사회보장 제도로 자리잡아야 한다. 사실 보장성 문제 외에도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에서 고쳐야 할 고질적인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우선 지역과 직장가입자로 양분된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는 지역 서민에게 높은 부담을 강요하는 반면, 소득이 많거나 피부양자를 활용한 고소득층은 부담을 회피하고 있다. 또한 보험진료의 저수가는 3분 진료와 과잉 진료를 유발하여 의료 서비스의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비급여의 팽창도 유발하여 환자의 병원비 부담을 가중시킨다. 의료 전달 체계도 온전하지 않아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동네의원의 위기 등이 초래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년전 메르스(MERS.중동 호흡기 증후군)의 경험에서 확인한 전달 체계의 교훈을 여전히 배우지 못하고 있다. 

100만 원 상한제 실시해야 

이에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다음과 같은 과제를 최우선적으로 제안한다.

첫째, 건강보험이 온전한 사회보장 제도로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보장률을 최소 8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특히 병원비 부담이 큰 입원비를 중심으로 보장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입원 보장률은 60% 수준에 불과하지만, 대부분의 서구 유럽 복지국가의 입원 보장률은 90%를 넘는다. 스웨덴은 98%, 네덜란드 98.7%, 프랑스 93%, 일본 90.5% 등. 또한 대부분의 복지국가는 높은 보장률에 더해 연간 본인 부담 상한제도 시행하고 있다. 스웨덴은 외래 진료비가 연 15만 원을 넘을 경우 전액 국가가 책임지고 입원비도 하루당 낮은 상한을 적용한다. 독일은 자기 소득의 2% 이상 부담하지 않도록 한다. 높은 보장률에 더해 연간 본인 부담 상한제까지 시행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로 의료 이용을 못하는 경우는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입원 보장은 90%, 입원/외래/약값의 부담 총액이 급여와 비급여를 합해 연간 100만 원을 넘지 않는 본인 부담 상한제를 시행해야 한다. 

흔히 보장성 확대를 주장하면 재원을 문제 삼는다. 현재 건강보험에는 20조 원에 이르는 누적 흑자 재원이 있다. 이 정도면 1년 반 정도는 족히 모든 국민이 서구 유럽 복지국가 수준의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후에는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충당하면 된다.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병원비를 해결할 수 있다면 과중한 본인 부담금이 사라질 뿐 아니라, 값비싼 민간 의료보험 지출도 불필요해진다. 보장성 확대를 위한 건강보험료 인상은 전체 의료비 부담을 절감해주는 효과가 더 크기에 충분히 국민이 동의하리라 판단한다. 

ⓒ연합뉴스


소득 중심으로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해야 

둘째, 국민건강보험의 부과 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시급히 개편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부과 체계 개편을 약속해놓고도 결국 백지화했지만, 지난 총선에서 야3당이 공약으로 제시하여 다시 재추진하고 있다.  

건강보험료의 형평성 문제는 오래된 과제이다. 지역가입자는 소득 외에도 성, 연령, 재산, 자동차에 보험료를 부과하여 합산해 실제 소득이 적거나 없는데도 능력보다 과한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 송파 세 모녀의 건강보험료가 5만 원에 이르렀다는 것이 한 예이다. 

직장가입자 내의 형평성도 심각하다.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근로 소득을 기준으로 매기고 있어 근로 외 소득인 금융 소득, 임대 소득, 양도 소득 등에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근로 외 소득은 대체로 불로 소득적인 특징을 갖고 있어 소득 상위 계층인 경우가 많다. 이렇게 부과 체계가 형평적이지 못하다보니 직장에서 은퇴하거나 퇴직하여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면 오히려 건강보험료가 대폭 올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득을 기준으로 단일하게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고, 그외의 요소는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또한 근로소득뿐 아니라, 금융, 사업, 임대 소득과 같은 종합 소득, 양도 퇴직 소득, 상속 증여 소득에도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여야 한다.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면 추가적인 재원도 조달할 수 있다. 대략 5조~9조 원의 추가적인 재원이 확충할 수 있어 건강보험 보장 확대에 필요한 국민의 건강보험료 인상폭을 줄일 수 있다.  

'3분 진료' 넘어서자 

셋째, 의료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외래 서비스에서는 3분 진료가 일상화된 지 오래다. 병원에서 주치의 얼굴을 보기 어렵고 환자의 상태에 대해 친절히 설명받기도 쉽지 않다. 병원이 응당해주어야 할 간병 서비스도 환자의 가족에게 떠맡겨 있다.  

의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에 그렇다. 우리의 병원의 의료 인력은 경제 협력 개발 기구(OECD)평균의 3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 의사도 부족하고, 간호 인력도 부족하다. 의료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보건의료 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이와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의 저부담-저수가의 구조를 적정 부담-적정 수가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의료기관은 보험 수가의 저수가를 이유로 진료량을 늘려 보전받아왔다. 3분 진료가 관행화된 이유다. 또한 보험되지 않는 비급여의 비중을 늘리고 고수가로 매겨왔다. 비급여가 특히 비싼 이유가 그렇다. 이러다보니 필수 의료 서비스 영역의 의료 공급은 줄어들고, 대신 비보험, 비급여 비중이 높은 진료과를 선호하는 행태가 수십년간 지속되어 왔다. 이제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동네 병원, 종합 병원 체계 정립해야 

넷째, 의료 전달 체계도 바꿔야 한다. 우리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를 잊어서는 안된다. 메르스는 우리나라 보건 의료 체계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전국에서 환자를 빨아들이는 대형 병원이 메르스의 숙주가 되어버리자, 우리의 보건 의료 체계는 심각한 혼란에 빠졌다. 대형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은 심각하다. 의료기관 간의 양극화가 커지고 있다. 

국민건강의 문지기 역할을 해야 할 동네의원도 갈수록 위축되고 닥터 쇼핑이 일상화되어 있다. 병원 간, 병원과 동네의원 간 환자를 두고 무한 경쟁도 행해진다. 입원 중심의 기능을 담당해야 할 병원은 외래 환자까지 유치하며 동네 의원의 역할을 빼앗고 있다. 의료 전달 체계의 혼란은 결국 국민과 환자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의료 전달 체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어린이 입원 병원비 국가 보장'으로 시작하자 

위에서 제시된 여려 과제 중에서 가장 우선을 꼽으라면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이다. 건강보험 개혁의 시발로 '어린이 입원 병원비 국가 보장'을 추진하자. 어린이 입원 병원비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재원은 약 5000억 원이다. 현재 건강보험 흑자 재원 20조 원의 2.5%만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우리 사회가 어린이 병원비부터 국가가 책임지자는 것에는 쉽게 합의를 해낼 수 있다.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으로 건강보험료의 형평성을 확보하면 향후 건강보험 재원을 확충할 수 있는 기반도 갖출 수 있다. 그것을 기반으로 점차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의료서비스의 질적 개선과 전달 체계의 개편으로 나아가자.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가 우리나라 의료 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등 복지 시민단체는 '어린이 병원비 국가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