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특검 첫 타깃 국민연금, 보고서 5가지 미스터리

2016. 12. 22. 13:12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국민연금공단과 회계법인의 적정 합병비율 산정내역 주목해야



_ 홍순탁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 (회계사)




책상 위에 4개의 보고서가 있습니다. 3개의 결과가 비슷하고 나머지 하나는 차이가 큽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머지 하나의 보고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3개의 보고서를 신뢰하게 됩니다. 3개의 보고서를 근거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작 3개의 보고서에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2월 21일 특검은 첫 압수수색 대상으로 국민연금공단을 택했습니다. 작년 제일모직과 (구)삼성물산 합병의 찬성 결정과 관련된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찬성 결정을 한 투자위원회 회의에서 위와 유사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 [그림1] : 제일모직/삼성물산 적정가치 산출 보고서 적정가치 산출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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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비율 의심하지 못하게 만드는 평가 결과




12월 초 진행된 국정조사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의 '제일모직/삼성물산 적정가치 산출 보고서'가 공개되었습니다. 이 자료에는 국민연금공단과 외부 전문기관이 산정한 적정 합병비율 산정결과와 그 세부 내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산정결과만 보면 국민연금 1대0.46, A회계법인 1대0.38, B회계법인 1대0.40으로 평가되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1대0.95라는 적정 합병비율을 권고한 세계 1위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가 잘못된 분석을 한 것으로 보이는 결과입니다. 

특히, 국민연금공단, A회계법인, B회계법인은 [그림2]와 같이 중간 값 이외에도 적정 합병비율을 범위로 추정했는데, 그 범위 내에 실제 합병비율인 1대0.35가 포함된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실제 합병비율이 기업가치 평가에 근거한 적정 합병비율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인식을 가지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여러 곳에서 발견됩니다. 

[그림 2] : 적정 합병비율 평가결과 적정가치 산정결과
▲ [그림 2] : 적정 합병비율 평가결과 적정가치 산정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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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국민연금공단, 제일모직/삼성물산 적정가치 산출보고서)

4개의 평가결과는 각각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당가치를 계산하고, 주당가치의 비율로 적정 합병비율을 계산하였습니다. 우선, (구)삼성물산에 대한 평가세부내역은 아래 [표1]과 같습니다. (구)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국민연금공단이 10.9조 원, A회계법인과 B회계법인은 각각 9.4조 원으로 평가했습니다. 그 결과 (구)삼성물산의 주당가치를 국민연금공단이 7만 원, A회계법인과 B회계법인은 6만 원 정도로 산정했습니다.

[표1] (구)삼성물산 주당가치 산정 세부내역 삼성물산 주당가치
▲ [표1] (구)삼성물산 주당가치 산정 세부내역 삼성물산 주당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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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국민연금공단, 제일모직/삼성물산 적정가치 산출보고서)



제일모직에 대한 평가세부내역은 아래 [표2]과 같습니다.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국민연금공단이 20.3조 원, A회계법인은 21.3조 원, B회계법인은 19.8조 원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런 기업가치에 근거하여 제일모직의 주당가치가 약 15만 원 정도로 산출되었습니다. 


[표 2] 제일모직 주당가치 산정 세부내역 제일모직 주당가치
▲ [표 2] 제일모직 주당가치 산정 세부내역 제일모직 주당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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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국민연금공단, 제일모직/삼성물산 적정가치 산출보고서)

의혹 1 : 계산실수(현금성자산 누락)

원래 기업가치를 계산할 때는 영업가치와 비영업가치를 합산하고 순차입금을 차감하여 산정합니다. 이때 차입금은 총차입금을 쓰지 않고, 기업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에서 차입금을 차감한 순차입금을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실제로 국민연금공단이나 ISS는 이렇게 산정했습니다. 

그런데 A회계법인이나 B회계법인은 현금성자산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제일모직은 현금성자산이 0.2조 원도 안 되는 것에 비하여, (구)삼성물산은 그 당시 최소 1.8조 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누락하고 산정한 것입니다

게다가 요약표를 만든 국민연금공단 리서치팀은 이를 알고 있었습니다. 적정가치 보고서의 삼성물산 비교표의 비고란에 보면 회계법인 2곳이 모두 현금성자산을 누락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계산 오류를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명백한 실수인데, 그런 실수가 (구)삼성물산에 불리한 평가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의혹 2 : 상장주식에 대한 할인평가

합병시점에서 (구)삼성물산은 약 12조 원 이상의 상장주식을, 제일모직은 약 4조 원의 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상장주식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두 회사의 가치평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조건입니다. 

기업회계기준에서는 당연히 상장주식은 시장가격으로 평가합니다. 상장이나 합병 등을 별도로 관리하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 따라 자산가치를 구할 때에도 상장주식은 시장가격으로 평가합니다. ISS도 시장가격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국민연금공단과 회계법인은 시장가격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시장가격에서 41%, A회계법인은 30.5%, B회계법인은 24.2%를 할인해서 적용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100원에 주식시장에서 팔 수 있는 상장주식을 59원이라고 평가한 것입니다.

세금을 고려하여 24.2%를 할인하는 경우가 없진 않지만 흔한 방법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세금은 양도차익에 내는 것이지 매매가격에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식을 100원에 팔았다고 100원에 대해 전부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50원에 사온 것이라면 100원과 50원의 차이 50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냅니다. 주식 매각시점에서 영업부문에서 손실이 있다고 하면 그마저도 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4.2%는 그렇다고 쳐도 그 이상을 할인하는 경우는 정말 드문 경우입니다. 

상장주식에 대한 할인평가는 양사의 기업가치 평가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시장가격으로 평가한다면 8조 원(12조 원 - 4조 원)의 차이가 나게 되지만, 41%의 할인을 하게  되면 3.2조원(8조원 × 41%)만큼의 차이가 사라지게 됩니다. 

증권시장을 관리하는 규정이나 기업회계기준과 다르게 시장가격을 쓰지 않고 시장가격에 높은 할인율을 적용한 것은 상장주식을 많이 보유한 (구)삼성물산에 불리한 평가방법입니다.

의혹 3 : 삼성바이오 주식의 과대평가

제일모직 기업가치 중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평가액이 각각 6.6조 원, 8.9조 원, 8.6조 원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합병당시에는 비상장주식이었지만 현재는 상장되어 있습니다. 현재 시가총액이 10조 원 정도 됩니다.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율이 43.44%인데, 여기에는 (구)삼성물산이 보유한 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일모직이 보유했던 주식가치만 계산해 보면 대략 4조원 정도 됩니다. 상장이 이루어진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평가해도 국민연금공단과 회계법인은 당시 상당한 고평가를 한 셈입니다.

단순히 예측을 잘못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평가할 때 많은 전문가들은 셀트리온을 참고합니다. 하고자 하는 사업영역이 거의 똑같기 때문입니다. 두 회사는 바이오의약품의 위탁생산(CMO)를 기본으로 하고, 추가로 바이오시밀러라는 바이오 복제약을 연구개발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셀트리온은 2002년에 바이오 분야에 진출하여 2005년에 제1공장을 준공했습니다. 1공장에 대한 미국 FDA의 제조허가는 2007년에 획득했습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에 설립되어 제1공장이 2013년에 준공되었습니다. 1공장에 대한 미국 FDA의 제조허가를 획득한 시점은 2015년 11월입니다.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 분야도 차이가 제법 있습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라는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의 유럽 판매허가를 2013년에 8월에 받았으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베네팔리라는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의 유럽 판매허가를 받은 시점은 2016년 1월입니다.

1공장에 대한 미국 FDA 제조허가 시점 기준으로 8년 이상, 첫 번째 바이오 시밀러의 유럽 판매허가 기준으로 2년 5개월 차이가 날 정도로 아직은 기술력 차이도 제법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마다 견해 차이는 있지만 위탁생산과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 양쪽 분야 모두 최소 2년 정도의 기술격차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술격차 이외에도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평가할 때에 고려할 사항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를 연구개발하는 분야를 자회사를 통해 하는데, 그 자회사를 외국제약사와 5대5로 설립했습니다. 만약 셀트리온의 가치가 10조 원인데, 그것이 위탁생산쪽(5조 원)과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쪽(5조 원)으로 나뉜다고 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는 기술력이 똑같다고 해도 5조원 + 5조원 × 50% = 7.5조 원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바이오시밀러의 50%는 외국 제약사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언급된 두가지 핸디캡(기술격차와 50% 자회사) 때문에 삼성이라는 네임밸류를 고려해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평가를 할 때 셀트리온의 평가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습니다. 2015년 합병이 진행될 당시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이 10조 원이었고 제일모직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율이 46% 였으니 4.6조 원 이상으로 평가할 수는 없었다는 말이 됩니다. 

혹시, 셀트리온이 심각하게 저평가되었을까요? ISS는 CMO 분야의 선두기업인 Lonza와 바이오시밀러의 선두 기업인 Hospira를 기준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평가했습니다. 1차 평가는 1.5조원이었고, 2차로 수정하여 올려준 금액이 2.0조 원이었습니다.

바이오주식 과대평가는 심각하게 (구)삼성물산에 불리합니다. 

의혹 4 : 제일모직 보유 토지 과대평가

제일모직의 기업가치에는 부동산 가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3.2조 원, A회계법인은 1.8조 원, B회계법은 0.9조 원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합병시점에서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보유한 토지의 장부가액은 연결기준으로 각각 8807억 원과 9125억 원으로,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회계기준상 영업목적으로 사용하는 토지는 유형자산으로, 영업외 목적으로 보유하는 토지는 투자부동산으로 분류됩니다. 기업가치 평가를 할 때 영업목적으로 사용하는 유형자산은 별도로 평가하지 않고 영업가치에 포함하여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즉, 투자부동산으로 따로 분류해 놓은 것만 공정가치로 평가해서 더해 줍니다. 제일모직의 투자부동산은 장부가격으로 83억 원이고 공정가치로 153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국민연금공단은 유형자산으로 분류된 제일모직의 토지 중 229만평을 비영업자산으로 찾아낸 후 별도평가를 해서 기업가치에 가산했습니다. 회계법인 2곳도 금액은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기업가치에 가산했습니다. 반면, 장부상으로 토지금액이 비슷한 (구)삼성물산에는 그런 접근을 하지 않았습니다. 

비업무용 토지평가도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구)삼성물산에 불리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의혹 5 : 영업가치 평가의 불공정성

(구)삼성물산의 영업은 건설과 상사로 구성되어 있었고, 제일모직 영업은 패션, 건설, 급식/식자재, 레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삼성물산의 영업가치에 대해 국민연금공단은 3.6조 원, A회계법인은 3.3조 원, B회계법인은 3.1조 원으로 평가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제일모직의 영업가치에 대해 국민연금공단은 7.0조원, A회계법인과 B회계법인은 5.8조 원으로 평가하여, 국민연금공단과 두 곳의 회계법인 모두 (구)삼성물산보다 제일모직의 영업가치가 2배 정도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러한 평가결과는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되는 결과와 너무 차이가 납니다. 2014년 연결영업이익 기준으로 보면 (구)삼성물산이 6,524억원, 제일모직이 2,134억원으로, (구)삼성물산이 3배 수익성이 좋은 상황입니다. 2015년 1분기를 기준으로 하면 차이가 더 커져, (구)삼성물산의 영업이익이 제일모직보다 8배 높습니다. 

분석의 기준으로 영업이익에 현금지출이 없는 감가상각비 등을 더한 EBITDA를 쓰기도 하는데 감가상각비 등도 (구)삼성물산이 더 많습니다. 객관적인 수익성 지표로 보면 (구)삼성물산의 성적표가 제일모직보다 월등히 우월합니다.

영업이익(EBIT)이나 EBITDA로부터 영업가치를 구할 때 배수(Multiple)라는 개념을 씁니다. 주식시장에서 흔히 쓰는 PER(Price earing ratio)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성장성이 높은 산업은 높은 배수를, 성장성이 낮은 산업은 낮은 배수를 적용합니다. (구)삼성물산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제일모직의 사업 포트폴리오보다 성장성이 낮다고 가정하여 배수(Multiple)를 1/3만 적용하고, 영업실적의 차이가 적은 2014년 연간 실적을 기준으로 해야만 (구)삼성물산의 영업가치와 제일모직의 영업가치가 같아지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국민연금공단이 2014년 11월 제일모직을 방문하고 작성한 자체 보고서에는 제일모직의 4개 사업부 모두 성장 정체상태에 있고, 수익성이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제일모직에 대해서만 높은 배수를 적용할 근거도 마땅치 않은 것입니다. 영업가치의 평가결과도 공정성이 상당히 의심됩니다.

영업가치 평가도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구)삼성물산에 불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특검 수사에서 적정 합병비율 산정도 주목해야

검찰 압수수색 받은 국민연금공단 검찰이 23일 오전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사진은 이날 국민연금공단 모습.
▲ 검찰 압수수색 받은 국민연금공단 검찰이 지난달 23일 오전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사진은 이날 국민연금공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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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평가는 기술적으로 어렵고, 사후적으로 보면 언제든지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그런데 한 보고서에서 오류가 5개나 발생했는데, 그 오류 모두가 한 회사에 유리하고 상대 회사에 불리한 방향으로 발생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이런 유형의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10%라고 하면, 5개 오류가 일관되게 한 방향으로 나올 확률은 0.01% 즉 1만분의 1입니다. 게다가 오류의 성격으로 보면 어느 정도의 전문성만 갖추었다면 10%의 확률로도 발생하기 어려운 오류들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5가지 오류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정하게 되면 두 기업의 주당가치는 거의 비슷하게 나옵니다. 적정 합병비율이 1대1 정도로 산출된다는 의미입니다. 삼성이 제안한 비율이 1대0.35인데, 국민연금공단 내부 평가가 1대1이 적정한 비율이고 외부 전문기관들의 평가도 모두 1대1 수준이라면 어느 누가 그 조건에 찬성했을까요? 당연히 반대했을 것입니다. 특검 수사에서 이 부분도 주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