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법인세 실효세율 계산, 누구 말이 맞나?

2016. 4. 21. 17:46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소득금액 vs 과세표준 기준 실효세율 계산


_ 홍순탁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회계사)

 

 

 

 

 기획재정부
ⓒ 기획재정부

 

 


최근 법인세 실효세율 계산방식을 두고 국회 예산정책처와 기획재정부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소득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해 2014년 14.2%의 실효세율로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실효세율은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게다가 외국납부세액공제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계산방식에 의하면 2014년 실효세율은 17.2%를 기록하여 전년대비 0.1%p 상승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기획재정부의 상반된 주장에 대해 많은 언론이 경마식 보도만 하고 있습니다. 누구의 주장이 더 타당한지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 없이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을 수 있다' 식의 보도만 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법인세 계산구조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결산서상 당기순이익이란 기업회계를 기준으로 한 이익을 의미합니다. 기업회계상 이익과 세법상 소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분법 평가이익은 기업회계상 이익이지만, 세법상 소득은 아닙니다. 자회사 이익이 늘어나면 모회사에 지분법 평가이익이 생기지만 배당을 하기 전에는 모회사에 법인세 부담능력이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법에서는 소득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표1 : 법인세 계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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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인세 계산구조
ⓒ 홍순탁


(자료 : 2015 조세개요, 기획재정부)

세액공제는 고려하고 소득공제는 고려하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세법상 소득금액과 과세표준의 차이입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소득금액을 부담세액과 비교했고, 기획재정부는 과세표준을 부담세액과 비교했기 때문입니다. 위 표에 나와 있듯이, 소득금액에서 이월결손금과 비과세소득, 소득공제를 차감하여 계산되는 것이 과세표준입니다.

이 세 가지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소득금액에서 제외 시켜 주는 항목입니다. 과거에 발생한 결손금을 고려해 주는 이월결손금 제도는 과거 몇 년간의 결손금을 인정해 주느냐의 정책적인 판단 요소가 있습니다. 비과세 소득 역시 소득이 발생했지만 과세를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므로 정책적인 판단 요소가 있습니다. 작년 연말정산 파동 때문에 익숙해진 소득공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책적인 판단으로 공제해 준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실효세율이 의미가 있을까요? 빼줄 거 다 빼주고 난 금액인 과세표준과 세액을 비교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실효세율을 계산해 보는 이유는 과세당국이 세율과 각종 공제 제도 등의 정책적인 판단에 의해 어느 정도의 세금을 부담시키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입니다.

소득공제 항목을 많이 늘려 과세표준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부담세액이 줄어들었다고 하면, 소득금액 대비 실효세율은 하락하고, 과세표준 대비 실효세액은 하락하지 않게 됩니다. 이 상황은 명백히 소득공제를 늘려 기업들의 세부담을 줄여준 상황인데, 기획재정부의 계산방식은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주장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의 3개의 상황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3개의 상황 모두 세법상 소득금액이 모두 1000이고, 법인세율은 20%입니다. A의 경우 소득공제 500이 있고, B는 소득공제 대신에 세액공제 100(500 × 20%)이 있습니다. C는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모두 없습니다.

[표2 : 가상의 3가지 상황의 법인세 부담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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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의 세 가지 상황
ⓒ 홍순탁


A는 소득이 1000이 있었으나 소득공제로 500이 줄어들어 과세표준이 500이 되었습니다. 500에 대해 20%의 세금을 부담하니 결과적으로 부담할 세액이 100이 됩니다. B는 소득이 1000이 그대로 과세표준이 되었습니다. 1000에 대해 20%의 세금을 계산해서 200의 산출세액이 나왔는데, 100을 세액공제로 제외시켜 주니 결과적으로 부담할 세액이 100이 됩니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기획재정부의 논쟁을 잠시 잊고 위의 상황을 살펴보면, A와 B의 법인세 부담이 작고, C는 법인세 부담이 큽니다. A와 B는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로 형태만 다를 뿐 법인세를 깎아주는 효과는 동일합니다. 즉, A,B 두 상황의 법인세 부담 정도는 같다고 보여집니다. 그러한 상식에 맞는 실효세율이 의미가 있는 실효세율입니다.

소득금액을 기준으로 실효세율을 계산하면 A가 10%(100/1000)이고, B도 10%(100/1000)입니다. 그런데,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A가 20%(100/500)이고 B는 10%(10/1000)으로 계산됩니다.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둘 다 없는 C는 두 방식 모두 20%로 계산됩니다.

[표3 : 가상의 3가지 상황의 실효세율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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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의 상황에 대한 실효세율 계산
ⓒ 홍순탁


국회 예산정책처의 방식으로 계산하면 A와 B의 법인세 부담이 동일하고 C의 법인세 부담이 큽니다. 반면, 기획재정부 방식대로 계산하면 B의 법인세 부담이 작고 A와 C의 법인세 부담이 동일합니다. A의 법인세 부담이 C와 동일하다는 기획재정부 방식에 수긍이 가시나요?

위의 예시에서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실효세율을 계산하면 소득공제 효과는 고려가 안 되고 세액공제 효과만 고려됩니다. 그런데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달리 고려할 이유가 없습니다.

작년 연말정산 파동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변경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즉,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는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료비나 보험료를 소득에서 공제해 줄 수도 있고, 의료비나 보험료 지출액에 일정비율을 곱해서 세액에서 공제해 줄 수도 있습니다. 목적은 같은데 형태만 다른 것이 소득공제와 세액공제입니다.

기획재정부의 계산방식이라면 우리나라의 법인세 실효세율을 대폭 올릴 수 있는 비법이 있습니다. 현행 세액공제를 모두 소득공제를 바꿔주면 됩니다. 동일한 효과가 나도록 소득공제로 바꿔주면, 부담세액은 동일한데 과세표준은 줄어둡니다. 과세표준 기준 실효세율이 대폭 올라가게 됩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외국에 낸 세금을 대한민국 기획재정부가 왜 고려하나?

국세통계연보를 활용하여 실제 소득금액 기준과 과세표준 기준으로 실효세율을 계산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2014년에 16.0%로 2012년에 비해 0.8%p 하락해서 최근 7년간 최저수준이라는 점입니다.

[표4 : 실제 실효세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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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효세율 추이
ⓒ 홍순탁


(자료 : 각연도 국세통계연보)

이 대목에서 기획재정부의 고뇌가 느껴집니다. 과세표준 기준으로도 실효세율이 하락하고 있으니 다른 방법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부담세액에 외국납부세액 공제를 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기획재정부의 실효세율 계산은 아래와 같습니다.

기획재정부 기준 실효세율 = (법인세 부담세액 + 외국납부세액공제) / 과세표준

외국납부 세액공제는 해외에서 낸 세금을 공제해 주는 제도로 세액공제 중 하나의 항목입니다. 기업활동에 대해 이중과세를 하게 되면 기업부담이 과중하니 조정해 주는 제도이나,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세금을 걷지 못하게 되는 제도입니다.

외국에서 내는 세금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이 기업 입장에서는 중요한 고려사항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법인세 부담률을 계산한다고 하면 고려할 수 있는 항목입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대한민국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부처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외국에 세금을 많이 납부하여 외국납부세액 공제를 늘려준다고 우리나라의 재정적자가 감소하지 않습니다.

외국납부세액 공제를 고려하여 실효세액을 계산하자는 주장은 우리나라에 낸 세금 뿐만 아니라 외국에 낸 세금까지 고려하자는 주장인데, 기획재정부의 국적은 과연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미국에 엄청나게 세금을 많이 내서 외국납부 세액공제를 통해 우리나라에 낼 세금이 없다면 기획재정부는 환영할 것인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기획재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걱정해야 할 것은 대한민국의 재정상황입니다. 억지 실효세율 계산방식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법인세 증세가 필요한 시점에 이상한 실효세율을 근거로 기업들이 부담이 적지 않다고 주장하는 기획재정부의 의도가 의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