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노인 복지 서비스, 뺑뺑이는 그만 돌리자

2016. 3. 15. 18:08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노인 복지 서비스, 노인 중심으로 재편하자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



 노인 복지 서비스는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지난 2년여 간 독거노인과 노인 복지 서비스를 연구하면서 느낀 점이다. 연구자도 복잡한데 일반 시민이나 특히 노인들이 이 서비스의 내용을 알고 잘 이용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제도가 복잡해도 노인들에게 적합하게 연결하는 창구라도 마련되어 있으면 문제는 없겠지만, 이마저도 존재하지 않는다.

연구자에게도 복잡한 노인 복지 서비스

대표적인 노인 복지 서비스로는 장기 요양 보험 제도를 생각할 수 있다. 노인들은 이 제도를 자신의 능력 부족을 입증하여 요양 등급을 받고 나면, 요양원에 입소하거나 집에 찾아오는 요양 보호사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라고 인식한다. 그런데 그 외에도 많은 서비스들이 있다.

능력 부족이 덜 입증된 노인들에게 '등급 외'라는 등급을 준다. 등급 외 등급은 수술 후유증이나 장기 질환 전 단계의 경증의 질환을 가졌지만, 도움이 필요한 경우라는 뜻이다. 이들도 서비스 욕구가 있기 때문에 이들은 가사와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 종합 서비스(전자 바우처)를 신청하여 제공받을 수 있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건강에도 문제가 있는 취약 계층 노인을 대상으로는 재가 노인 지원 서비스가 있다. 과거부터 있던 가정 봉사원이라는 자원 봉사자가 활동하는 서비스이다. 장기 요양 보험 서비스가 기능하면서 제도 밖 사각지대를 담당하고 있다. 노인이 식사를 제공받고자 할 때 급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식사 시 수급자는 무료, 그 외는 식권을 구매(지자체마다 식권 금액이 다르다)하여 이용할 수 있다.

만일 독거노인이라면, 독거노인 생활 관리사가 가정 방문하여 생활 환경을 조사하고 찾아오는 사람이 없거나 정서적으로 어려울 경우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 기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독거노인을 지원하는 서비스는 보건소의 방문 간호사가 찾아오는 방문 보건(당뇨 또는 질환이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도 있고, 소방서의 소방 안전 시설, 동 주민센터나 구청에서 물품이나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일시적인 서비스들도 있다. 도시의 주택 가격 문제가 심각해지자 최근엔 대단위 임대 아파트 입주보다는 다가구를 이용한 임대 주택이나 원룸형 주택, 안심 주택 등 다양한 주택 지원 사업도 등장했다.

 


▲ 쪽방촌 거주 노인. ⓒ프레시안(최형락)


구멍 메우기식 노인 복지 정책

위의 서비스들은 제공하는 기관도 제공하는 사람도 제각각이다. 노인 복지관, 재가 노인 지원 센터, 자치구, 주택공사(SH공사) 등이며 사회 복지사, 요양 보호사, 독거 노인 생활 지도사, 주거 복지사 들이 업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내용은 매우 흡사하다. 안부(전화, 방문), 말벗, 가사, 간병 서비스, 다양한 복지 서비스 안내 등 그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서비스의 대상이 달라지거나 제공하는 기관이 달라서 발생한 일이다. 노인의 입장에선 비슷비슷한 서비스를 서로 다른 사람들이 제공하는 모양이라서 기관을 구분하기도 받는 서비스를 인지하기도 어렵다. 현장의 사회 복지사들은 노인들이 누군가 찾아오는데 어디서 오는 것인지 혼돈된다고 말한다고들 한다.

노인 서비스는 이용자가 신청해야 받을 수 있다.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처음 방문해야 하는 곳도 다르다. 장기 요양 보험을 받으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물어야 하고, 기타 돌봄 서비스는 동 주민센터에서 문의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 찾아가 상담해야 한다. 치매 또는 보건 서비스는 치매 지원 센터나 보건소를, 주거 서비스는 자치구 또는 대행 기관을 찾아야 한다. 노인들은 서비스를 스스로 찾기 어렵다보니 노년기의 어려가지 불편함과 고단함을 그냥 견디게 된다.

연구자들은 현재의 노인 서비스를 중층적이고 복잡한 구조라고 분석한다. 노인의 욕구에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가 생겨나고, 그 후에 생긴 구멍 매우기식 정책의 결과물이다. 더불어 정책을 수행하는 행정 부서가 내용에 따라 서로 다르게 편제되어 있고 부서별로 전달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복잡하다. 이미 여러 가지 정책이 시행 중이고 노인의 서비스 욕구는 나날이 늘어날 것을 예상한다면, 이제 노인 복지 서비스를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

노인이 주체가 되는 서비스로

먼저, 복잡한 서비스를 한곳에서 통합적으로 안내해주는 장기 요양과 돌봄 통합 지원 기구가 필요하다. 일본은 시, 정, 촌을 중심으로 개호 통합 지원 센터를 운영한다. 이곳에선 서비스 상담과 사례 관리, 거택 서비스(우리나라의 재가 서비스)는 직접 제공한다. 장기 요양 서비스에 해당하는 내용이지만, 여기서 힌트를 얻어 노인 돌봄 욕구에 대한 통합적 안내와 관리를 도와주는 기구와 사례 관리자들을 통해 서비스를 지원해 줘야한다.

노인 대상 서비스 전체도 재편될 필요가 있다. 노인 복지 서비스 재편의 관점은 노인 중심이어야 한다. 유엔(UN)과 Help Age International 등 국제 NGO는 노인 인권 기준으로 노인이 주체적으로 누구의 도움을 얻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정책의 수립에 노인이 참여해야 하고,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신체에 대한 구속과 변화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고 서비스 내용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복지 서비스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정책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들은 자신을 위한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왜냐하면 정책 결정자는 행정 관료나 연구자들이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이 타자화 또는 객체화되는 문제는 비단 노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성, 소수자, 아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논점이 되어 왔다.

 


▲ 요양 보호사의 돌봄을 받는 노인. ⓒ연합뉴스


노인이 주체가 되는 관점의 서비스는 어떻게 계획해야 할까? 노인이 참여하는 정책 입안과 노인 중심의 서비스 재편이 요구된다. 여기서는 후자만을 다룬다. 노인은 단일한 문제를 가진 집단이 아니다. 나이에 따라 욕구와 발달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연령 중심이 아니라 욕구와 기능 중심으로 노년기를 조망하고 구분하여 지원할 필요가 있다.

나는 노년기의 변화에 따른 욕구를 중심으로 4단계로 구분했다. 첫째, 건강 시기, 둘째, 불편 시기, 셋째, 보호 시기, 넷째, 임종 시기이다. 각 시기별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연결시켜봤다.

첫째, 건강 시기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식사와 건강 지원(급식 지원)이 필요할 때', '친구가 필요할 때(독거노인 지원 서비스)'로 나눠서 정책을 설계하고, 관련 서비스를 연계해야 한다. 둘째, 불편 시기에는 '보조기가 필요할 때', '식사와 건강 지원(치매 예방, 낙상 방지 지원)', '가사 지원(돌봄 종합 서비스)이 필요할 때'로 나눠서 정책을 설계한다. 셋째, 보호 시기에는 '장기 요양 보험(재가 또는 시설 서비스), 기타 요양 병원이 필요할 때'를 구체화해야 한다. 넷째, 임종 시기에는 '죽음 준비(호스피스, 유언장)가 필요할 때', '사후 준비가 필요할 때(장례 과정과 교육 및 지원)' 등으로 구분하여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서비스를 노인의 시각에 맞춰 재편하면 된다. 이런 구분을 통해 노인이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설계하도록 하고, 이를 연계하는 기능만 운영해도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노인 복지 서비스 행정 부처 통합 필요

노인 중심의 서비스 재편에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그것은 노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정 부처의 통합적 운영이다. 주거는 주택, 의료는 보건, 장기 요양과 돌봄은 노인 복지 등등 구분된 행정 부처에서 따로 따로 전달 체계를 운영하면서 노인들은 더욱 복잡해진다. 미국의 뉴욕에서는 고령자를 위한 서비스 관련 부서를 함께 모은 기관을 NYSOFA(New York State Office For the Aging)를 두고 있다. 노인을 위한 다층적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조망하고 계획할 수 있도록 행정 부처를 통합해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2%에 육박했다. 2030년에는 4명 중 1명이 노인인 사회에서 살게 된다. 노년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타인이 아닌 우리 모두이며, 모두에게 알기 쉬운 정책 설계가 곧 복지 서비스를 주체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 아닐까.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