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이명박근혜 정부는 어떻게 기초연금을 줬다 뺏었나?

2014. 8. 27. 17:38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기초연금 줬다 뺏기', 기초연금법 취지에 어긋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8월 20일, 기초생활 수급 40만 노인들은 지난달보다 약 10만 원 삭감당한 생계급여를 받았다.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바뀌면서 10만 원 오른 만큼 생계급여에서 공제당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아무런 소득과 재산이 없는 독거노인의 경우 생계급여(주거급여 포함)를 약 39만 원 받아오다 이번 달에 29만 원만 받았다. 대다수 당사자 노인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당일 통장에 찍힌 금액을 보고서 주민센터에 문의한 후 당황하고 좌절해야 했다.

복지부, "보충급여 원리에서 당연히 깎아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내세우는 논리는 '보충급여 원리'이다. 기초생활 생계급여는 최저생계비와 수급자 소득인정액의 차액을 보충하는 급여이므로 늘어난 소득인정액만큼 생계급여를 낮춰야한다는 주장이다. 이 보충급여 원리는 기존 기초노령연금에서도 적용되어 왔는데 왜 기초연금에 와서 새삼스럽게 문제제기하냐고 반박한다.

그렇다. 이전에도 기초노령연금만큼 생계급여가 깎여 왔다. 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소득인정액 조항은 기초노령연금(현재는 기초연금)을 수급자의 소득에 포함시켜 계산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기초연금 도입으로 빈곤 노인들의 소득인정액이 10만 원 올랐으므로 생계급여에서 그만큼 삭감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이야기를 들으면, 원칙대로 법대로 정책을 펴는 듯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제3조(소득의 범위) ① 법 제2조제9호에서 "실제소득"이란 다음 각 호의 소득을 합산한 금액을 말한다. (중략)
다. 「국민연금법」, 「기초연금법」,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고엽제후유의증 등 환자지원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참전유공자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각종 수당·연금·급여 또는 그 밖의 금품.


정말 그러한가? 아니다. 지금 진행되는 '기초연금 줬다 뺏기'는 두 번의 부당한 행정이 행해진 결과이다. 가장 가난한 노인을 상대로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가 부당한 행정을 벌이고 나서 현실을 인정하라고 윽박지르고 있는 꼴이다. 

 

▲ 지난 20일, 기초생활 수급 노인이 삭감된 생계급여 입금 통장을 바라보고 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기초연금법에 기초생활 노인의 20만 원 보장이 명시된 이유

먼저 박근혜 정부의 '부당 행정'을 살펴보자.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 줬다 뺏기'의 근거로 현행 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을 제시한다. 시행령대로 깎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시행령은 국회에서 정한 법보다 아래 있는 대통령령이다. 정부는 시행령을 내밀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기초연금 공약, 지난 5월 제정된 기초연금법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고 준수해야 한다.

기초연금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모든 노인에게 드리는 보편적 수당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복지이다. 당시 박근혜 후보나 캠프 정치인이 경로원에 찾아가 기초연금을 설명하면서 '여기 계신 수급 어르신은 드리지 않는다'라고 말했는가? 심지어 취임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기초연금 대상을 70%로 줄이는 수정안을 발표했을 때, 상위 30% 노인 외에 가장 가난한 노인들도 기초연금 혜택에서 배제된다고 말했는가? 그렇지 않다. 상위계층 노인 제외, 국민연금 연계 감액을 두고 논란을 벌였지만, 기초생활 노인들의 기초연금 권리에 대해선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당연히 모든 사람들이 기초생활 노인들은 20만 원 권리를 누릴 것으로 가정했다. 

이러한 취지는 5월에 통과된 기초연금법에도 명확히 명시돼 있다. 기초연금법은 제5조에서 기초연금 감액방식을 다루면서 6항에 감액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 조항을 두었다. 즉 20만 원을 전액 지급하는 대상을 특별히 명시했다. 여기에는 장애인연금 수령자, 기초생활 노인 등이 열거되어 있다.

기초연금법

제5조(기초연금액의 산정) 
⑥ 기초연금 수급권자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액은 기준연금액(필자주 : 20만 원)으로 한다. (중략)
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2조에 따른 수급권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 (필자주: 기초생활 수급 노인)

보건복지부도 이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왔다. 작년 12월 27일 보도자료에서 보건복지부는 "국가의 보호가 필요한 어르신들이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권리구제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에도 20만 원을 받게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에도 기초노령연금을 신청하는 경우 지원대상이 되며, 기초연금의 경우 2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조치(기초연금법안 제5조 제6항)" 

- 출처 : 보건복지부 보도설명자료 (2013. 12. 27)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관할하는 부서이다. 만약 기초연금만큼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삭감할 계획이었다면 굳이 기초생활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20만 원 지급한다고 기초연금법에 명시할 이유가 없다. 기초연금을 10만 원 주면 생계급여를 10만 원 깎고, 20만 원 지급하면 20만 원 깎는 것이라면 이 조항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초연금법 제 5조 6항의 취지는 기초생활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 원 권리를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기초생활 노인에게 20만 원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법 제정 이후 시행 준비과정에서 관련법인 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소득의 범위'에서 기초노령연금(지금은 기초연금)을 삭제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빈곤사회연대 등이 5월 중순부터 기초연금 시행 이전에 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개정을 요구한 까닭이기도 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요구를 계속 묵살해 왔다. 기초연금법 취지에 따른다면 당연히 시행령을 개정해 기초생활 노인의 20만 원 권리가 구현되도록 해야 하건만, 당사자, 시민단체가 제기하고 많은 언론들이 그 필요성을 지적해도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정부는 계속 보충급여 원리를 내세우지만 일반 노인은 혜택을 보는데 가장 가난한 노인들은 배제되는 문제를 정당화할 수 없다. 이는 취임 이후 최소한 70% 노인에게는 기초연금을 드리겠다는 수정 약속조차 깨는 행위이며 기초연금법 취지조차 사실상 어기는 행위이다. 어떻게 이런 부당 행정이 버젓이 행해질 수 있는가?

 

▲ 지난 7월 1일 빈곤 노인들이 서울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에 항의해 대통령에게 도끼 상소를 올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프레시안(김윤나영)


기초노령연금 도입으로 빈곤 노인은 오히려 손해

그러면 현행 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은 얼마나 정당성을 지니고 있는가? 기초노령연금은 2008년 1월 시행되었다. 65세 이상 하위 70% 노인에게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 5%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시작되었다(2008년 8만4000원). 

당시 기초생활 노인에게 기초노령연금은 전혀 새로운 현금수당은 아니었다. 2007년까지 생계급여와 별도로 월 5만 원 수준의 경로연금을 받고 있었고(65-79세는 4만5000원), 교통수당 명목으로 월 1만2000원도 추가로 받고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고령자 노인에게 월 2만 원 이상의 장수수당도 따로 존재했다. 

노무현 정부는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면서 기존 노인 현금수당들을 일제히 정비했다. 우선 노인복지법에 따라 제공되던 경로연금을 폐지했다. 또한 지자체가 조례로 지급하는 여러 노인 수당을 없애도록 지침을 내렸다. 기초노령연금법 시행령 제 16조에 기초노령연금과 유사한 노인수당을 지급하면 기초노령연금 국고보조금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까지 담기니, 지자체 입장에서는 기존 수당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 결과 경로연금, 교통수당, 장수수당이 폐지되었다. 총 6만 원 이상의 현금수당이 사라진 것이다.

기초생활 노인에게는 기존에 받던 경로연금, 교통수당(고령자 경우 장수수당까지)이 기초노령연금으로 통합된 꼴이었다. 그러면 기초생활 노인들은 기초노령연금을 실제 누리게 되었을까? 그렇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기초노령연금액 일부를 생계급여에서 단계적으로 삭감하더니, 2011년에 이르러 기초노령연금 전액을 공제하기에 이르렀다. 기초노령연금 9만 원을 받으면 생계급여를 9만 원 깎았다. 이렇게 되니 수급 노인에게 기초노령연금은 받은 만큼 삭감당하는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더 심각한 것은 기초노령연금을 받았다 뺏기면서 기존 경로연금, 교통수당마저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점이다. 일반 노인들은 새로 기초노령연금을 누리지만, 수급 노인들은 기초노령연금만큼 생계급여에서 깎이니 기초노령연금은 아무런 의미도 없고, 기초노령연금 도입을 명분으로 이전에 생계급여와 별도로 받던 경로연금, 교통수당만 오히려 빼앗겨 버렸다. 기초노령연금 도입이 수급 노인에게 손해로 귀결되었다.

 

ⓒ청와대


이명박 정부, 법령 근거 없이 생계급여 깎아

이명박 정부의 생계급여 삭감은 적법한 게 이루어졌을까? 이명박 정부는 기초노령연금 도입을 명분으로 생계급여를 단계적으로 삭감해 2011년 기초노령연금 전액을 생계급여에서 공제했다. 무엇을 근거로? 없었다. 2008년 이후 생계급여의 단계적 삭감은 법령 근거 없는 임의적 행정이었다.

이전에 경로연금, 교통수당이 생계급여와 별도로 지급되었으므로 이 수당들을 대체한 기초노령연금도 생계급여와 독립적으로 제공되는 게 이치에 맞는 행정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기초노령연금 도입을 이유로 우선 생계급여를 단계적으로 삭감해 갔고, 3년 반이 지난 2011년 9월에야 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에 삭감 근거 조항을 마련했다. 즉, 그 때서야 소득인정액에 포함되는 공적이전소득 항목에 기초노령연금을 추가했다. 

당시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자료를 보면, 이명박 정부는 "기초노령연금법에 따른 연금액을 수급자의 소득으로 산정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여 기초노령연금법에 따른 연금액을 수급자의 '실제소득'으로 산정하는 항목에 추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무슨 말인가? 당시까지 법령 근거 없이 기초노령연금을 소득에 포함해 생계급여를 삭감해 오다가, 뒤늦게 그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시행령을 개정한다는 이야기이다. 빈곤 노인들의 생계급여를 깎는 엄청난 일을 법령 근거 없이 시행해 왔다는 고백 아닌가! (2011년 8월까지 진행된 생계급여 삭감에 대해선 노인들의 반환 소송이라도 제기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주요내용 2011. 5. 20>

다. 소득산정에서 제외하는 공적이전 소득 조정(안 제3조제1항제4호)
「기초노령연금법」에 따른 연금액을 수급자의 소득으로 산정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여「기초노령연금법」에 따른 연금액을 수급자의 '실제소득'으로 산정하는 항목에 추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나는 국회의원실의 도움으로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인 2011년 8월까지 생계급여를 삭감한 근거를 질의했다. 정부가 내놓은 답은 '등'이었다. 당시 시행령이 "「국민연금법」,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등"을 소득인정액에 포함하라고 정하고 있는데 기초노령연금은 '등'에 속한다는 게 답변이다. 

궤변이다. 그러면 시행령에 국민연금, 실업급여, 국가유공자수당 등 다른 현금수당은 왜 열거돼 있는가? '등'으로 처리하지 않고 말이다.

혹 기존 정책 맥락에서 너무도 당연한 일이어서 그랬을까?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기초노령연금의 전신인 경로연금은 소득인정액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도 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에 '등'이란 글자가 있었지만 경로연금은 생계급여와 별도로 지급돼 왔다. 그렇다면 기초노령연금은 빈곤 노인에게 경로연금의 후속 제도이기에 당연히 별도로 제공해야할 복지 아닌가? 만약 정부가 기존과 달리 소득인정액에 포함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등'이 아니라 시행령에 명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 지난 21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노년유니온 회원과 지지 시민들이 낸 신문 광고.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박근혜 대통령은 기초연금법 취지 따라 시행령 개정해야

결국 '기초연금 줬다 뺏기'와 관련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두 번의 부당 행정이 진행됐다. 한 번은 이명박 정부, 또 한 번은 박근혜 정부.

우선 이명박 정부가 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에 기초노령연금을 소득인정액에 포함하는 과정 자체가 정당하지 못했다. 빈곤 노인에게 경로연금은 생계급여와 별도의 노인복지였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임의로 생계급여를 깎았고, 사후 조치로 현재의 시행령을 만들어 냈다. 기초노령연금이 오히려 빈곤 노인에게 손해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부당 행정을 벌인 것이다.

또 한 번의 부당 행정은 지금 진행되고 있다. 지난 이명박 정부의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였건만 오히려 악화시키면서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초생활 노인에게도 20만 원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5월에 제정된 기초연금법도 기초생활 노인에게 감액하지 않고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만약 생계급여를 삭감할 거라면 이러한 조항을 기초연금법에 명시할 이유가 없었다. 만약 그럴 작정이었다면 법안 통과 전에 이 사실을 당사자 노인에게, 야당에게, 시민사회에게 정확히 알리고 법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리하지도 않았다. 왜? 기초생활 노인에게도 20만 원 기초연금 혜택을 누리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사회적, 정치적 합의였기 때문이다.

 

▲ 지난 21일 기초생활 수급 노인들과 19개 단체로 구성된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 회원들이 청와대 앞 주민센터 앞에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


당사자 노인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절하며 도끼상소를 올렸다. 삭감된 통장에 분노하며 "대통령직도 줬다 뺏을까요?"를 외친다. 이제 대통령은 응답해야한다. 국민과 노인들에게 약속한대로, 기초연금법 취지대로 행정을 펴야 한다. 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소득인정액 항목에서 기초연금을 조속히 삭제해 기초생활 노인에게 생계급여와 별도로 기초연금을 인정해야 한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영상을 참고하세요. http://mywelfare.tistory.com/6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