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박근혜, 신뢰 얻으려면 재벌·부자 감세부터!

2013. 7. 1. 20:16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박근혜, 신뢰 얻으려면 재벌·부자 감세부터!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비과세 감면, 월급쟁이·서민은 봉?

 
이종석 박원석 국회의원 보좌관 회계사 

 

6월 27일 기초연금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구성된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서 노동계와 농민 위원들이 모두 탈퇴했다. 박근혜 정부의 65세 이상 전 국민 기초연금 도입 공약이 계속 뒷걸음질 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양육수당 및 보육비 지급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감정 싸움도 도를 더하고 있다. 재정 부담을 서로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다.

 

공약가계부인가, 허위 장부인가?

이와 같은 볼썽사나운 모습이 생기는 건 모두 돈 때문이다. 선거 때에는 표 때문에 호기 있게 약속했지만 막상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녹녹지 않다. 정부는 지난 5월 31일 공약가계부 발표를 통해 향후 5년간 비과세 감면 정비와 지하 경제 양성화 등 세입 확충을 통해 51조원, 세출 절감을 통해 84조 원 등 총 135조 원의 재원 조달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기초연금 등 핵심 지출 공약마저 폐기한 상황에서의 공약가계부는 그 자체로 허위 장부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물론 135조 원의 재원 조달 가능성에도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과 같은 직접적인 증세는 배제한 채 필요한 재원 모두를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OECD 평균에 비해 5%나 낮은 조세 부담율, 10%나 낮은 GDP 대비 정부 지출 비중을 감안할 때 직접 증세 없이 재원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13년 국가 재정 전략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마친 뒤 회의 자료를 보고 있다. 재정 전략 회의는 정부 국정 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공약가계부, 세입·세출 구조조정 등 중장기 국가 재정 운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다. ⓒ연합뉴스 

 

비과세 감면 정비, 과연 손쉬울까?

그나마 가능성 있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비과세 감면 정비이다. 이 영역은 구체적 감면 항목들이 존재해 가시적 논의가 가능하다. 정부는 향후 5년간 18조 원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연평균 약 4조 원이다. 135조 원 중 18조 원은 그리 큰 액수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어 이 정도쯤이야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 등 직접 증세는 부담스러운 나머지 새로 출범하는 정부마다 비과세 감면 정비를 내세우지만 실제 성공한 정부는 하나도 없다.

세금을 올리는 것이나 깎아주던 세금을 안 깎아주는 것이나 납세자 입장에서는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특히 각 비과세 감면 항목마다 이해 관계자들이 얽혀 있어 이들의 조직적 반발과 정치적 압력을 이겨내고 비과세 감면을 줄이는 것이 만만치 않다.

 

대기업에게 집중되는 법인세 감면 특혜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비과세 감면 정비를 위해서는 비과세 감면이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 다수가 인정할 수 있는 비과세 감면 정비의 원칙과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비과세 감면에서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는 것은 감면 혜택이 고소득층과 재벌 대기업에 편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법인세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지고 있는데, 감면액이 가장 큰 "임시 투자 세액 공제"의 경우 2011년 기준으로 9002개 기업이 2조6690억 원의 감면 혜택을 얻었는데 이 중 1조 7186억 원이 소득 5000억 원이 넘는 30개 대기업에게 돌아갔다. 업체 1곳당 무려 573억 원의 감면 혜택이다.

"연구개발(R&D) 세액공제"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2조3113억 원의 감면액 중 9227억 원은 33개의 소득 5000억 원 초과 기업에게 돌아갔다. 업체당 280억 원의 감면 혜택이다. 이에 비해 소득 5억 원 이하의 중소기업의 경우 업체 1곳당 감면 혜택이 "임시 투자 세액 공제"는 700만 원, "R&D 세액 공제"도 1800만 원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부익부 빈익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감면액 모두가 대기업에게 돌아가는 항목도 있는데 "해외 자원 개발 투자에 대한 과세 특례" 등 3개 항목은 700억 원의 감면액 모두가 대기업에게 주어지면서 중소기업에게는 단 한 푼도 혜택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 특정 대기업이 감면 혜택의 거의 대부분을 독식하는 경우도 있는데 "외국인 투자 기업의 증자에 대한 감면"의 경우 4755억 원의 감면 혜택 중 99%가 대기업에 돌아갔고, 이중 83%인 3926억 원의 감면액을 1개 기업이 독식하고 있었다. 의도야 어찌되었건 특정 기업의 특혜성 감면 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 소득세의 경우 "세금 우대 종합 저축에 대한 과세 특례"에 의한 감면액의 85%가 고소득층에 돌아가는 등 주로 금융 소득에 대한 비과세 감면에서 고소득층 집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문제는 조세 형평성을 저해하는 만큼 국민 누구나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어 비과세감면 정비의 최우선적인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애초 목적과 거꾸로 가는 비과세 감면

두 번째 문제는 도입 목적과 무관하게 운영됨으로써 애초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비과세 감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 절약 시설 투자 세액 공제"의 경우 에너지절약 시설에 투자할 경우 투자 금액의 10%를 세액 공제해 에너지 절약을 유도한다는 것이 도입취지이다. 감면액이 2011년 기준으로 3825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제도가 도입된 이래 산업용 에너지 소비량은 매년 크게 증가해서 도입 초기인 2000년에는 전체 에너지 사용량에서 산업용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56%였으나 2011년에는 61.6%로 늘어났다.

특히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면서 "에너지 절약 시설 투자 세액 공제"의 최대 수혜자로 예상되는 석유화학업종과 1차 금속업종의 경우 에너지 원단위(백만 원어치의 생산물을 만들기 위해 소비된 에너지 사용량)가 2000년에 0.62에서 2011년에는 0.71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에 수천억 원의 세금 감면을 해줬지만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난 것은 물론, 에너지 효율성마저 나빠졌다. 사실상 십수 년 동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해온 것이 되어 버렸다.

 

실효성이 없는 비과세 감면들

세 번째는 도입 취지가 불분명하거나 조세 체계상 처음부터 실효성이 없는 비과세 감면에 대한 문제이다. 예를 들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과세 특례"는 현행 우리나라 소득세가 6-38%의 누진 세율임에도 우리나라에서 근무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15%(올해부터는 17%로 인상)의 단일 세율로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하는 특혜 제도이다. 2011년에만 5995명이 2474억 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얻었다.

문제는 이 제도의 도입 취지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흔히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해외의 우수 인력들을 유치하기 위한 제도로 이해하기 쉽지만 현행 비과세 감면 제도에는 첨단 분야 기술자나 연구 개발자 등에 대해 소득을 감면하는 "외국인 기술자에 대한 소득세 감면" 제도가 별도로 이미 있다. 즉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과세 특례"는 해외 우수인력 유치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또한 이 제도에 따라 15%의 단일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유리한 계층은 이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고소득자일 수밖에 없는데 국세청에 확인해본 결과 실제 이 제도를 이용한 사람의 94%, 감면액의 99%는 연봉 1억 원 이상의 고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뚜렷한 목적 없이 고소득 외국인 근로자에게 세금을 감면해 줌으로써 또 하나의 부자 감세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 2011년 3월 미국 뉴욕시에서 벌어진 정부 예산 삭감 반대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어라!'고 쓰인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미 <ABC> 방송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abcnews.go.com)

 

"외국인 투자 기업의 증자의 감면"의 경우도 실효성이 없어지기는 마찬가지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항상 우리나라와 본국에서의 이중 과세 문제에 직면한다. 이에 우리나라에서 부담한 세금은 본국에서 부담하는 세금에서 감해준다. 이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는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깎아주더라도 본국에서 그 금액만큼 세금이 더 납부하게 되고, 반대로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부과하더라도 본국에서 그 금액만큼 세금을 덜 납부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부담하는 세금은 차이가 없게 된다. 이러한 원리에 의해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줘서 외국인 투자자가 더 많은 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하더라도 외국인 투자자가 부담하는 세금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세금 감면을 통해 외국인 투자 유치를 확대한다는 취지에도 실효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한 번 생기면 없어지지 않는 비과세 감면들

네 번째는 매번 관행적으로 일몰이 연장되면서 도입된 지 수십 년이 지난 비과세 감면이 버젓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비과세 감면은 경제 사회적 여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보통은 일몰 시기를 정해두고 있다. 하지만 일몰이 도래하더라도 관행적으로 연장되는 경우가 많아 비과세 감면이 항구화·기득권화 되고 있다. 비과세 감면 일몰 종료에 대해 "줬다가 뺏는 것이 가장 나쁜 짓이다"라는 감정적 차원의 불만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일몰이 가장 많이 연장된 항목은 "임시 투자 세액 공제(현재 명칭은 고용 창출 투자 세액 공제)"로서 무려 18번이나 연장되었다. 말만 "임시" 투자 세액 공제지 실상은 "상시" 투자 세액 공제인 것이다. 그 외에도 7회 연장이 1개, 6회 연장이 4개, 5회 연장이 19개에 이르는 등 일몰이 3번 이상 연장된 항목이 66개나 되었고, 일몰 연장 없이 그냥 폐지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서 사실상 일몰 제도가 있으나 마나한 것이 되고 있다.

이렇게 일몰이 연장되면서 박정희 정권 시절에 만들어진 비과세 감면이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가장 오래된 항목은 1965년에 도입된 "산림 개발 소득에 대한 세액 감면"으로 5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고, 이외에 1960년대에 도입된 비과세 감면이 2개가 더 있고, 1970년대 도입된 항목도 14개나 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주한 외국 군인 및 외국 선원 전용 유흥 음식점에 대한 주세 면제"와 같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시대착오적인 비과세 감면도 버젓이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감면 혜택을 받는 대상자가 1개뿐인 비과세 감면인 항목 등 오직 몇몇 극소수에게만 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특혜성 비과세 감면과 감면 실적이 전무한 있으나 마나한 비과세 감면도 원칙적으로 폐지해야 마땅하다.

 

당장 수술이 필요한 비과세 감면 항목들

비과세 감면에 대한 대폭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부유층에 혜택이 편중된 항목, 도입 취지가 불명확하거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항목, 관례적으로 일몰 연장되면서 시대착오적인 항목, 실적이 없는 있으나 마나한 항목을 중심으로 현재의 비과세 감면 제도를 전면적으로 재선해 나가야 한다. 또한 비과세 감면 정비를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현실적 요구를 감안한다면 감면 규모가 일정 이상인 항목부터 축소 및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임시 투자 세액 공제"가 세금 감면에도 기업들의 투자가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그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 창출 투자 세액 공제"로 대체된 만큼 "고용 창출 투자 세액 공제"는 그 취지에 맞게 고용이 늘어나는 경우에만 세금을 감면해주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제율에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

"R&D 세액 공제"의 경우에도 대기업에 감면이 편중되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제율에 차등을 강화해야 하며, 연구 개발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출한 연구 개발에 일정 비율을 무조건 공제해주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지출한 연구 개발비보다 더 많이 지출한 경우에만 공제해주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도입 취지가 불분명한 채 고소득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일방적인 감면 혜택인 "외국인근로자 과세 특례"와 세금 체계와 맞지 않을 뿐더러 최상위 1개 기업에 거의 대부분의 감면혜택이 돌아가는 "외투 기업 증자에 대한 세액 감면"은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에너지 절약 시설 투자 세액 공제"와 "환경 보전 시설 투자 세액 공제", "안전 설비 투자 세액 공제" 등은 에너지 효율성이나 환경 오염 정도나 산업재해 사고 발생 정도에 따라 공제율을 달리하거나 필요에 따라서는 아예 세액 공제를 배제하는 방법으로 정책 목표와 세금 감면액을 연계해서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노동자, 농민, 자영자 동의를 받는 개혁 방안 마련하라

비과세 감면 정비가 재원 조달에서의 "도깨비 방망이"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비과세 감면 정비를 "빛 좋은 개살구"가 되게 할 수는 없다. 이해 관계자들의 거센 반발과 선거를 의식한 국회의 눈치 보기 등을 감안했을 때 비과세 감면의 정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사실상 올해 논의 결과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6월 27일 조세연구원이 기획재정부의 용역 결과물로 내놓은 비과세 감면 정비 방안은 매우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비과세 감면의 정비 기준으로 수직적 형평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근로소득자와 농민과 자영업자가 수혜자인 항목에 대해 축소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정비 기준과 실제 정비 내용이 불일치한 것인데, 이런 방안으로는 절대로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없고, 성공할 수도 없다. 생각해보라,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근로소득자와 농민, 자영업자가 반대하는 방안이 성공할 수 있겠는가? 이 과정에서 현행 비과세 감면의 최대수혜자인 고소득층과 재벌 대기업들은 가만히 앉아서 표정관리만 하면 된다.

만약 정부가 허언이 아니라 진정으로 비과세 감면을 정비하고자 한다면 정비 방안을 처음부터 다시 마련한다는 각오로 철저히 재검토할 것을 충고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박근혜 정부도 또 하나의 양치기 소년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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