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연말정산 자녀세액공제 축소 수용하자

2020. 1. 16. 12:21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튼튼한 세수기반으로 복지 확대로 나아가야

 

복지 확대와 연계하여 공제제도 정비하는 로드맵 필요해

 

 

15일부터 직장인들의 13번째 월급이라는 불리는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가 시작된다. 올해에도 산후조리원 세액공제 신설, 기부금 세액공제 확대 등 몇 가지 변동사항이 있다. 올해 바뀐 항목 중에서 유독 논란이 되고 있는 항목이 있다. ‘자녀세액공제 축소’가 바로 그것이다. 작년까지는 20세 이하의 모든 자녀가 세액공제 대상이었는데, 올해부터는 7세미만 자녀에 대해서는 세액공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월 10만원 주는 아동수당이 신설되었다고 해서 매년 15만원씩 주던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것은 조삼모사라고 비판한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정부의 탁상행정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연말정산 대란이라고 불렸던 2015년과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연말정산 항목이 축소된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는 보도도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하지만 자녀세액공제 축소 문제를 비판하는 것이 합당한 판단일까?

 

 

우리나라의 조세부담 수준이 OECD 평균에 비해 많이 낮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3년간 세금이 잘 걷히긴 했지만, 총조세를 GDP로 나눈 조세부담률로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약 20%로 OECD 평균에 비해 4~5%p 정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모든 세목이 OECD 평균에 비해 부족한데, 그 중에서는 소득세 부담이 특히 낮은 편이다. 소득세 실효세율을 1인 가구, 2인 가구, 4인 가구 등 가구형태별로 구분해도 모든 가구형태에서 평균소득자의 실효세율은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다. 소득수준별 실효세율을 비교해도 마찬가지이다. 평균소득의 50%든, 평균소득 수준이든, 아니면 평균소득의 250% 수준이든 OECD 평균에 비해 실효세율이 현저히 낮다.

 

 

우리나라의 소득세 최고세율(지방소득세 포함)이 46.2%로 OECD 평균 42.5% 보다 높음에도 소득세 실질부담이 낮은 것은 광범위한 소득공제와 세액공제에 기인한다. 전세계적으로 비교할만한 대상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한 공제제도가 있는 이유는 과거 정부들이 복지제도의 부족을 세부담 축소(즉 공제 확대)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노인 부양의 부담을 국가가 책임져 주지 않는 대신 경로우대 소득공제가 만들어졌다. 자녀를 키울 복지제도가 부족했기 때문에 부양가족공제나 자녀세액공제와 같은 제도가 유지되었다. 의료비 세액공제, 교육비 세액공제, 월세 세액공제 등은 국가가 의료, 교육, 주거문제에 대한 적절한 복지안정망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에 추가되고 유지된 공제제도인 것이다.

 

 

그러나, 2010년 무상급식 논쟁이후로 우리나라에도 여러 복지제도가 도입되었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이 차례로 도입되면서 복지국가의 기본골격을 갖추어가고 있다. 복지제도의 도입에 따라 복지제도와 연계한 각종 공제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불가피한 수순이다. 자녀세액공제는 7세 미만 자녀에게 연간 15만원의 혜택을 주던 것을 아동수당 형태로 월 10만원씩, 연간 120만원의 혜택을 주는 것으로 변경했으므로 혜택 수준이 8배 증가한 것이다. 자녀세액공제를 유지하면서 아동수당을 월 9만원씩 주는 것과 경제적 효과가 유사한데, 제도를 합리적으로 정비하는 차원에서 아동수당으로 혜택을 통합하고 공제제도를 간소화했다고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러한 합리적인 수준의 공제제도 정비마저 비난한다면, 이는 어떤 형태든 세부담 증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물론, 우리나라의 조세부담에 대한 불만은 뿌리가 깊다. 공평하게 걷고 있지 않다는 불만에 제대로 쓰이지도 않는다는 의혹까지 더해져 세금폭탄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사용된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최근 공평과세의 문제는 많이 해결되었다. 지난 5년간 소득세 최고세율은 지속적으로 올랐고, 2017년에는 법인세 최고세율도 참여정부 수준으로 원상회복되었다. 주택임대소득은 2019년부터 예외없이 과세되고 있고, 주식양도차익도 대주주 범위 확대와 세율 인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소득탈루의 주범이라고 알려진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고, 2018년에는 부족하지만 보유세도 강화되었다. 세금을 공평하게 걷어야 하는 원칙에 완벽하게 부응하지는 못하지만 최근 공평과세와 관련된 많은 진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연말정산에서 자녀세액공제 축소를 비판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부에 복지제도와 연계되어 있는 각종 공제제도의 정비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각종 공제제도 축소에 따른 세부담 정도는 우리도 낼 수 있으니, 재정을 튼튼히 해서 더 나은 복지제도를 갖추자고 요구해야 한다. 안정된 세수기반이 확보되어야만 현재 도입되어 있는 복지제도를 실질적인 수준으로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혜택이 작은 각종 공제제도에 만족하지 말고, 제대로 된 복지안정망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복지국가는 공짜로 오지 않는다. 모두가 조금씩이라도 누진적으로 더 세부담을 하는 것이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끝>

 

 

 

2020년 1월 14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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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_연말정산_자녀세액생공제_수용하자20200114.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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