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간호사가 병원 옥상 하늘에 '갇혀'있다

2019. 12. 19. 14:39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해고자 고공농성 170일, 영남대의료원 응답해야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오늘도 하늘에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갇혀'있다. 노동의 권리를 지키고자 항거했고, 그 이유로 해고당한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고공농성이라는 극단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다. 영남대의료원 옥상 하늘에 있는 박문진 간호사도 이들 중 한 명이다.

박문진 간호사가 고공농성을 벌이는 이유

박문진 간호사는 영남대병원에서 근무했던 지난 2007년 해고됐다. 앞서 2006년 8월 영남대병원 노조와 함께 주5일제 시행에 따른 인력충원 등을 요구하며 사흘 동안 부분파업을 벌인 결과였다. 

창조컨설팅과의 자문 계약으로 시작된 노조에 대한 기획탄압으로 당시 노조 간부 등 10명이 해고 통보를 받았고, 2010년 대법원이 부당해고 판결을 내리면서 다행히 7명은 복직됐다. 하지만 박문진 간호사, 송영숙 간호사 등은 포함되지 못했다.

때문에 이들은 지난 13년간 해고자 복직과 노조 기획탄압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및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며 싸워 왔고, 급기야 지난 7월 1일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13년째 계속되고 있는 부당한 해고를 기어이 끝내겠다는 결단이었다. 이 고공농성은 오늘까지 170여 일째 여름 한낮의 폭염과 수차례 이어진 태풍, 그리고 겨울 한파를 견뎌내며 계속되고 있다. 

지난 12월 13일 대구 남구 명덕역 인근에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관계자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영남대의료원까지 약 2km를 사지와 머리를 땅에 대며 행진하는 오체투지 행진을 벌었다. '오체투지'란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뻗으며 배를 땅에 깔고 다리를 쭉 편 후 머리를 땅에 닿도록 하는 절로 부처님께 온전히 나를 맡긴다는 의미를 갖는 예법으로, 신자들의 고행 의식이기도 하다. 

이날 오체투지는 대구 영남대의료원 간호사였지만 지난 2006년 노동조합 활동을 펼쳐 해고당한 박문진 간호사의 복직을 발원하기 위한 것으로, 조계종 혜찬스님과, 지몽스님, 한수·법상·도철스님을 비롯하여, 영남대의료원 노조 정상화 범시민대책위 관계자들도 함께 참여했다.

▲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고공농성 투쟁 중인 박문진 간호사가 아래 동료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하늘과 땅에서 서로 손을 흔들며 연대한다 

이렇게 차가운 아스팔트에서는 오체투지가 벌어지고 있고, 또 하늘에는 고공농성이 170일째 계속되고 있지만, 영남대의료원의 태도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영남대의료원은 2010년 대법원 판결로 해고가 확정된 박 지도위원 등 해고자 원직 복직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영남대의료원 측이 정당한 해고였다고 주장하는 2010년 대법원 판결은 안타깝게도 2012년 국정감사에서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에 대한 전모가 제대로 밝혀지기 이전의 판결이다. 창조컨설팅에 의한 노조파괴 공작에 대한 수사가 당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상황에서 내려진 판결이었다. 

현재에도 영남대의료원은 고공농성을 통한 세상의 이목이 집중되자, 노조와 계속 협의해 합의점을 찾는 데 노력하겠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밝히고는 있다. 하지만 해고자의 복직 없는 합의란 애초 불가능한 것이기에 이들이 노력하겠다는 입장은 그야말로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 

여전히 변함없는 사측의 태도 탓에 사태 해결을 위해 9월에 1차 사적 조정 회의가 3차례 열렸으나 성과 없이 끝났다. 고공농성이 길어지고 대구고용노동청에서 또다시 중재에 나섰고, 두 번째 사적 조정이 진행되어 조정안을 전달했으나 계절이 3번 변하는 지금까지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 

지난 170일의 고공농성은 한 평 남짓한 천막 안에서 자신과 싸우며 말 못 할 두려움을 견뎌야 하는 싸움이기도 하다. 언 듯 생각해도 170여 일 동안 계속된 농성의 일상은 단 하루도 평온할 리 없었을 테고, 생리적인 문제에서 비롯하여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여러 난관들이 괴롭혔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갇힘이 언제 끝날 줄 모른다는 막연함이 박문진 간호사에게는 가장 큰 어려움이기도 했을 것이다. 

오늘도 박문진 간호사는 영남대병원의 하늘에 갇혀 그를 만나러 온, 혹은 그를 지나치며 지나가는 소중한 한 명 한 명에게 손을 흔든다. 하루를 버티는 것이 생존처럼 되어버린 일상을 감내하고 고단한 몸을 뉘며 하루를 정리할 때의 먹먹함을 잊고자, 그리고 잊혀지지 않고자 더 힘차게 흔드는 것을 우리는 안다. 

▲ 12월 13일 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 투쟁을 지지하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 간부들의 오체투지. ⓒ보건의료노조


이제 영남대의료원은 응답해야 한다 

13년이나 지난 이 해묵은 이야기를 끝내야 한다. 영남대의료원 옥상 하늘에 갇힌 박문진 간호사가 무사히 다시 땅을 밟을 수 있도록 이 싸움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병원이 창조컨설팅과 불법적인 노조탄압을 기획했다. 조합원을 감시·협박하고, 농성장을 20여 차례 침탈하며, 간부들의 통장을 가압류하는 등 노동조합을 끔찍하게 괴롭힌 결과 950명이던 조합원이 70명을 만들었던 그 문제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이 이야기를 끝낼 수 없다.  

영남대의료원 해고자 복직과 노조 정상화는 2010년 대법원 판결로도 해결하지 못했던 사회의 정의를 구현하는 일이다. 이제 영남대의료원은 응답해야 한다.

 

 

* 출처 :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70541

 

간호사가 병원 옥상 하늘에 '갇혀'있다

오늘도 하늘에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갇혀'있다. 노동의 권리를 지키고자 항거했고, 그 이유로 해고당한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고공농성이라는 극단적인 투쟁을 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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