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20대 국회가 책임져야 할 다섯 가지 복지 예산

2019. 11. 21. 21:24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사회가 보장한다

 

 

박선민 윤소하 의원실 보좌관

 

 

20대 국회 마지막 예산 심사가 진행 중이다. 복지예산은 수급자(이용자)와 제공자, 전달체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예산 확대가 서비스의 양적 증가, 질적 개선에 따른 수급자의 삶의 질 상승, 종사자의 노동권 보장, 재분배 강화에 따른 사회 통합과 연결되니 어느 하나 허투루 볼 수가 없다. 특히 '공평성'이 사회적 화두가 될 만큼 불공정함이 사회 곳곳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 예산 증액은 '다른 출발점'을 재조정한다는 의미가 크다.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사회가 보장한다'는 것이 복지제도의 근본적 취지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공평한 삶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둘째, 실패했을 때 재기할 수 있어야 하며, 셋째, 누구나 품위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예산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빈 깡통, 빈 수레가 내는 요란한 소리와 다를 바 없다.  

물론, 국회에서의 복지예산 증액은 쉽지 않다. 정부가 짜놓은 틀 안에서 당해 연도 예산을 일부 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예산 심사의 한계 상 큰 폭의 증액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국회가 가진 권한이자 책무이다.

가슴 아프게도, 20대 국회 4년 내내 의견을 제출하였지만 반영되지 못한 예산이 있다. 그중 20대 국회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다섯 가지 복지 예산을 꼽아보았다. 마지막 예산심사에서는 꼭 통과되길 바란다. 복지 예산은 인간의 존엄한 삶을 위한 것이다.



첫째,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은 법적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정부가 10년 넘게 법을 어기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더 악화되고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정부는 국민건강보험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일반회계를 통해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 국고지원금은 2018년 9.7%, 2019년 10.3% 등 매년 법에서 정한 기준에 못 미치고 있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지원율이 최저 12.1%~최대 14.1%였으니 문재인 정부에서 더 줄어든 것이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국고 지원금 미납액은 17조1770억 원이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2019년 두 해에만 미납액은 4조4121억 원에 달한다. 

작년 10월 이낙연 국무총리는 "법에 정해진 만큼 국고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몇 년간의 계획을 세우더라도 최대한 법이 정하는 지원율을 맞춰나가겠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2020년도 예산안도 여전히 부족하게 편성되었다.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4%는 8조9627억 원인데,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은 이보다 1조8800억 원이 적은 7조826억 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고 하고, 대통령의 이름을 걸었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다. 정부가 대표 정책으로 밀고 있음에도, 정작 정부가 책임져야 할 재정에 대해서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적어도 법에서 정해진 기준만큼은 준수해야 한다.

나아가 건강보험 적립금을 과감하게 사용해야 한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20조 원이 넘게 쌓여있다. 건강보험은 1년 단위로 운용되는 부과형 사회보험제도다. 20조 원이나 쌓아놓을 것이 아니라 최소한 준비금만 남기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둘째,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정상 지급해야 한다. 

정부가 기초연금을 '줬다 뺏는다'. 그것도 빈곤한 노인 분들에게 말이다.

2014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기초연금제도는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를 대상으로 한다. 현재 526만 명이 기초연금을 지급받고 있다. 이중 40만5000명은 기초생활수급자 분들이다. 이들은 기초연금을 받은 만큼 생계급여가 깎여 사실상 기초연금을 못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라 부르는 것이다. 

기초연금액은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인상되어 왔는데, 올해 4월부터는 소득하위 20%, 내년에는 소득하위 40%, 2021년에는 모든 수급자를 대상으로 최대 30만 원으로 인상된다. 그런데 기초연금액만큼 고스란히 생계급여에서 공제되는 기초생활수급자 분들은 기초연금이 아무리 올라도 아무런 혜택이 없다. 오히려 가처분 소득 증가로 인하여 기초생활 수급에서 탈락할 위험만 커진다. 따라서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는 45만5000명인데, 기초연금을 받는 인원은 40만5000명으로 4만9000명은 기초연금을 신청조차 하지 않고 있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6.5%로 OECD 평균 12.5%와 비교할 때 약 3배 이상 높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가장 빈곤한 계층인 기초생활수급 노인을 기초연금 수급에서 배제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1조6370억 원을 증액하여 기초생활수급자 노인 45만000명에게 30만 원의 기초연금 제대로 지급해야 한다.

작년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월 10만 원의 부가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하고, 4102억 원을 증액 편성한 바 있다. 하지만 예결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해는 반드시 해결하길 바란다. 

 

▲ 올해 3월 25일 빈곤노인들이 청와대 앞까지 폐지 리어카를 끌며 행진하고 있다.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

 


셋째, 장애인은 65세 이후에도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

"65세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종료하겠습니다." 이렇게 슬픈 생일이 또 있을까? 장애인이 65세가 되면 그동안 받았던 활동지원서비스를 못 받게 된다. 정부 정책상 65세 이후는 장애인이 아니라 '노인'이기 때문이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는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지원하여 장애인의 삶의 질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다. 그런데 현행 활동지원서비스는 이용자가 만 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제공을 위한 등급 판정을 받도록 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등급은 중증도에 따라 1등급부터 인지지원등급 등 6개 등급이 있고, 여기에 포함되지 않으면 등급 외 판정을 받는다. 등급 외 판정을 받으면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를 계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장기요양 등급에 해당되면 활동지원서비스는 중단된다. 

최근 4년간 만65세가 되어 활동지원수급자에서 노인장기요양수급자로 전환된 인원은 1159명에 달하고, 이중 64.5%(748명)는 서비스 이용 시간이 월평균 188시간 감소되었고, 최대 313시간이 감소된 사례도 있었다. 65세가 되면 자립생활과 사회참여의 권리가 사라지나? 이들의 삶의 질은 누가 보장할 것인가? 

국가인권위원회도 만65세 이후에도 장애 특성과 환경 등에 따라 노인장기요양급여와 활동지원 급여 중 필요한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권고한 바 있다.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는 연령과 상관없이 권리로써 지속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넷째, 국민연금 저소득 지역가입자 지원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당신이 저소득 사업장 가입자라면? 연금보험료 지원을 받는다.
농어민 지역 가입자라면? 연금보험료 지원을 받는다. 
저소득 지역 가입자라면? 연금보험료 지원을 받지 못한다.

현재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면서 월평균보수가 210만 원 미만인 사업장 가입자의 경우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 사업'에 따라 연금보험료의 40~90%를 지원받고 있다.(기존 가입자는 40%, 신규 가입자는 1~4인 90%, 5~9인 80%) 이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저소득 노동자와 사업주의 연금보험료 부담을 경감하고,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농어민도 1995년부터 연금보험료의 일부를 지원받고 있다. 정부가 고시한 기준소득월액 97만 원을 기준으로 그 이하 소득자는 연금보험료의 절반을, 기준소득월액을 초과하는 가입자는 4만3650원(97만 원의 9%인 8만7300원의 절반)을 정액 지원받는다.

반면, 저소득 지역가입자는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역가입자는 연금보험료의 절반만 본인이 납부하는 사업장 가입자와 달리 소득의 9%를 전액 본인이 납부해야 하므로, 동일한 소득일지라도 지역가입자가 느끼는 보험료 부담은 훨씬 크다. 지역가입자 250만 명의 39.4%, 무려 163만 명이 체납자이며 체납자의 72.3%가 월 125만 원 미만의 소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016년) 

노동시장의 격차구조로 인하여 소득이 높고, 가입기간이 긴 사람일수록 연금액이 많다. 노후 양극화가 심화되지 않도록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에 현재 아무런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한 지역 저소득 가입자에 대한 연금보험료 지원 사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어린이병원비 100만 원 상한제 전면 실시가 필요하다.

20대 국회에서 우리 의원실이 첫 번째로 발의했던 법안은 일명 '어린이 병원비 국가 책임법(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었다. 만15세 이하 어린이의 병원비만큼은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자는 것이다. 66개 시민단체와 함께 노력한 끝에 결국 정부가 추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어린이병원비 상한제가 포함되었고, 2017년 10월부터 15세 이하 어린이의 경우 10~20%에 이르렀던 본인부담률이 5%로 낮아져 병원비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중한 부담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희귀난치병이나 중증질환의 경우 치료법과 치료약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인 경우가 많다. 또, 향후 건강보험에 적용될 수 있는 예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되더라도 본인 부담률이 50%∼90%에 달한다. 비급여와 예비급여 항목의 높은 본인 부담률로 인하여 여전히 고액의 병원비가 지출되고 있다.

이에 또다시 '어린이병원비 100만원 상한제'를 제안하는 것이다. 18세 미만 아동 850만 명에 대하여 본인이 연간 부담하는 병원비 총액, 즉 요양급여에 대한 본인일부부담금과 비급여 진료비용 중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을 합한 금액의 상한을 100만원으로 하고, 초과 금액은 공단이 부담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외국은 어린이 진료비를 경감, 면제하는 나라가 많다. 스웨덴은 20세 미만의 경우 외래진료비와 입원비를 전액 면제하고 있고, 독일은 18세 미만의 진료비 본인부담을 전액 면제하고 있다. 벨기에는 가계소득과 상관없이 19세 미만은 650유로(약 85만 원)를 초과하는 본인부담금은 면제해 주고, 프랑스는 16세 미만 아동의 본인부담금을 경감해주고 있다. 우리도 어린이에 대해서만큼은 정부의 책임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동의 건강권은 소득과 무관하게 지켜져야 한다. 모든 아이는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랄 권리가 있다.

 

 

* 출처 :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66507

 

20대 국회가 책임져야 할 다섯 가지 복지 예산

20대 국회 마지막 예산 심사가 진행 중이다. 복지예산은 수급자(이용자)와 제공자, 전달체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예산 확대가 서비스의 양적 증가, 질적 개선에 따른 수급자의 삶의 질 상승, 종사자의 노동권 보장, 재분배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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