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이젠 해결하자!

2019. 9. 27. 17:52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가장 가난한 노인이 겪는 '역진적 격차', 방치할 것인가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우리나라에서 기초연금의 위상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빠른 고령화, 높은 노인빈곤율 등을 감안할 때 기초연금이 노후복지의 중심으로 들어오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초연금이 오른다 해도 우리사회 가장 가난한 노인인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이하 '기초수급 노인')들은 아무런 혜택을 얻지 못한다. 현재 약 40만 명에 이르는 기초수급 노인들은 매달 25일 기초연금을 받지만 다음 달 20일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에서 같은 금액을 삭감당한다. 바로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다. 예전 기초노령연금 시절에는 10만 원 받고 생계급여에서 10만 원을 공제 당했는데, 기초연금으로 이름이 바뀌고 금액도 30만 원까지 오르면서 '30만 원 받았다가 30만 원 뺏기는' 상황에 이르렀다.

작년부터 소득분배 구조가 악화되면서 최하위계층의 소득 정체가 쟁점으로 부각되자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20년 예산안에도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을 위한 예산은 담겨 있지 않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 논점: 보충성 vs. 형평성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이 큼에도 이 문제가 계속 표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논리적으로는, 두 원리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한쪽은 공공부조의 기본 원리인 '보충성'을 내세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본인의 소득·재산·부양의무자의 부양, 다른 법에 따른 지원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여서 기초연금을 받으면 생계급여에서 그만큼 공제해야 한다는 주장한다.  

비판 쪽은 우리 사회 가장 가난한 노인들이 기초연금 혜택에서 제외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기초수급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이 지급되어도 그 금액만큼 생계급여가 삭감되므로 최종 가처분소득은 그대로이다. 반면 일반 노인들은 기초연금만큼 자신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난다. 결국 기초연금이 인상될수록 노인 간 '역진적 격차'가 심화된다.

▲ 지난 3월 25일 빈곤 노인들이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까지 폐지 리어카 행진을 벌였다. ⓒ서울노인복지센터


보충성 원리가 절대 기준은 아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보충성 원리만을 고집해 왔다. 형평성 문제가 생기더라도 공공부조의 기본 원리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너무 매정하다. 보충성 원리가 예외 없는 절대 기준은 아니다. 지금도 기초생활보장제도 소득인정액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 다양한 소득들이 있다.

▲ 표 1. 기초생활보장 소득인정액에서 제외되는 항목들 (2019.1).(출처 : 국회보건복지위원회,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2019.3) 68쪽))


우선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현금 급여는 소득인정액에 포함되지 않는다. 중증장애인 중 하위 70%가 받는 장애인연금,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중 경증 장애인들이 받는 장애수당,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중 18세 미만이 받는 장애아동수당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한 보육, 교육 부문에서 제공받는 지원금도 소득인정액에서 제외된다. 영유아보육료, 아동수당, 유치원교육비, 한부모 아동양육비 등이 여기에 속한다. 또한 희귀난치성 질환자, 만성질환자에 대한 지원금도 소득에서 제외된다. 독립유공자, 참전유공자가 받는 수당 역시 소득인정액 계산에서 제된다. 

왜 기초연금은 보충성 원리에서 예외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을까? 보건복지부는 예외소득들은 가구특성별 추가 지출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고 설명한다. 장애인, 아동이 있는 가구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에 정부가 제공하는 장애인연금, 보육료 등을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하지만 노인가구는 계측 조사에서 추가비용이 없다고 진단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실태 조사가 노인가구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했는지 의문이다. 우선 전물량방식의 최저생계비 계층조사의 특성상 노인가구의 추가 지출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현재 지출 실태를 근거로 진행되는 '전물량방식'에서는 소득이 적은 노인가구의 지출은 작게 나타날 수밖에 없기에 결과적으로 노인가구의 필요지출이 온전히 파악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이 계측조사에서 노인가구 특성은 4인가구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4인 가구(부 42세, 모 39세, 자녀 12세, 10세) 모형에서 자녀 1인 자리에 노인을 추가해 지출의 변화를 진단한다.  

과연 4인가구를 기준으로 노인가구 지출 특성을 파악하는 게 합리적일까? 2017년 기준 기초생활수급 노인 435,470명(시설 포함)중 1인 가구가 75%이고, 2인 가구까지 합치면 97%에 달한다. 기초생활수급 노인의 가구 유형이 이러한데 노인이 피부양자로 있는 4인가구 기준으로 노인가구 지출을 추계하는 게 타당한가? 

가장 가난한 노인이 겪는 '역진적 격차'를 방치할 것인가?

설령 노인가구 추가지출 여부 논란을 별개로 삼더라도,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 초래하는 역진적 격차 문제는 심각한 지경이다. 현행 기초연금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자리 잡은 이후 도입된 제도이다. 우리나라 노인의 70%가 이전에 비해 기초연금만큼 가처분소득이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초수급 노인은 30만 원을 받아도 그만큼 생계급여에서 삭감되므로 총 소득에 변화가 없고 차상위 이상 노인들은 추가로 30만 원을 받으니 가처분소득이 그만큼 늘어난다. 기초연금이 인상될수록 오히려 형평성 문제가 심화되는 역설적 상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의 '소득의 범위'에서 '기초연금법' 다섯 단어를 삭제하면 된다. '기초연금으로 인한 형평성 문제 개선' 혹은 '빈곤노인 생활 지원'이면 예외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는 대통령의 결단만 있으면 국회 절차 없이도 가능한 일이다.  

이에 대해 학계 일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기초연금액이 계속 인상되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와의 관계가 애매해질 수 있다는 우려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다른 해법이 등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을 통해 노인가구의 생계급여를 인상하자는 제안이다. 공공부주의 보충성 원리를 지키면서 빈곤 노인의 급여를 강화하려는 취지가 담긴 방안이다.  

가능한 대안이다. 하지만 이를 시행하려면 가구별 특성에 대한 다양한 작업이 뒤따라야 하기에 상당한 시간을 요구한다. 이 대안이 확정돼 시행되기까지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우선은 빈곤노인을 위한 기초연금 지급이 이뤄져야 한다. 

일부에서는 노인을 대상으로 삼는 공공부조를 별도로 시행하자고 제안한다. 스웨덴의 최저보증연금, 캐나다와 덴마크에서 운영하는 보충 기초연금 등이 방안일 수 있다. 모두 빈곤노인에게 누진적으로 기초연금을 지급해 현금급여를 높이는 방식으로 논의 가능한 해법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우리나라 연금체계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하고 빈곤노인의 기초연금 수준이 공공부조를 상당히 넘어야 된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현실화되기는 어려운 방안들이다.

결국 중장기적으로 기초연금체계 개편 논의를 진행하더라도 우선은 현재 존재하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를 해결하는 조치가 요구된다. 사회정책은 당시의 상황을 반영해 조정, 발전해나가기 마련이다. 이후 우리나라 노인빈곤율 추이, 기초연금액 수준, 정부 재정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기초수급 노인의 기초연금 정책은 다양하게 조정될 수 있다. 그렇다고 미래의 일을 이유로 오늘의 숙제를 방치하는 건 적절치 않다.

근래 기초연금을 소득인정액으로 산정할 때 일정한 공제율을 적용하자는 의견도 등장했다. 보충성과 형평성 충돌의 타협점으로 대략 절반을 소득인정액에서 공제하자는 내용이다. 국회예산정책처도 기초연금을 소득인정액에 포함할 때 일부를 공제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즉, "기초연금 도입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 노인의 실질적인 수급액 증가가 없는 현재 상황에서, 일부만 소득으로 인정하는 방식을 통해 재정부담은 줄이면서 얼마간의 극빈층 노인에 대한 소득증가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제율 도입은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 소득인정액 산정에서도 존재하는 방식이다. 현재 장애인의 직업재활사업 소득은 절반, 대학생이 얻는 근로 및 사업소득은 40만 원을 우선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에서 추가로 30%를 공제한다. 예를 들어,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로 월 50만 원을 벌면 43만 원은 소득인정액에 포함되지 않는다. 65세 이상 노인도 근로 및 사업소득 중 30%를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한다. 지난 9월 10일 보건복지부가 기초생활보장 20주년을 맞아 발표한 정책에 따르면 내년부터 25~64세 연령의 생계급여 수급자도 근로소득에서 30%를 소득인정액 계산에서 공제받는다. 

다양한 방안 토론하되, 우선 기초연금을 생계급여와 별도로 지급하라!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을 위해 여러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우리나라 노인복지제도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이후에도 그러할 전망이어서 여러 논의가 활성화되는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 조치가 지금 가능한 방식인지, 중장기 시간이 요구되는 방식인지는 구분해야 한다. 한참 시간이 걸릴 방안을 내놓아 무엇인가 모색한다는 명분을 취하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방치하는 건 곤란하다. 이는 실제 보건복지부, 일부 학계가 지금까지 보여온 모습이기도 하다.  

거듭 요구한다.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자. 단, 지금 벌어지는 역진적 격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초연금을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 글은 9월 27일 열리는 국회 토론회 '빈곤 노인에게 줬다 뺏는 기초연금, 어떻게 해결할까?'의 발표문을 토대로 작성되었다. 필자 주.)

 

 

* 출처 :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58562&fbclid=IwAR3c-3k31ZoEAqugJaPdinHQF3NpFhEEIylEpiZsOYW4bvTJhuqFjz22oQ8

 

줬다 뺏는 기초연금, 이젠 해결하자!

우리나라에서 기초연금의 위상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빠른 고령화, 높은 노인빈곤율 등을 감안할 때 기초연금이 노후복지의 중심으로 들어오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초연금이 오른다 해도 우리사회 가장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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