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청년 정책, 프랑스에서 배우자

2017. 11. 9. 13:16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청년 지원, 보다 구체적으로! 더 가까이!



_ 기현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




박근혜 정부에서 막혔던 청년수당이 올해 들어 각 지자체에서 본격 시행되었다.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 지자체에서 시행되는 청년수당은 각각 그 형태와 지원 방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에서 청년 개인에게 직접 현금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수당'으로 통칭할 수 있다. 

청년 수당 정책에는 기업이나 교육 훈련 기관을 통해 청년을 지원하는 것보다 청년 개인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법이 적합하다는 정책적 판단이 녹아 있다. 기존 청년 일자리 정책이나 교육 훈련 정책이 청년들의 현실을 모두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청년 니트 100만 시대 

청년들의 사회 진입 기간, 즉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얻거나 창업, 창작 활동을 하는 등 '일'을 갖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올해 서울시 청년수당 참여자들의 경우, 학교를 졸업한 이후 미취업 기간이 평균 21.8개월이다. 이 기간 동안 참여자의 54.4%은 아르바이트 등 파트타임 노동과 구직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년에 발간된 OECD 사회지표 보고서에서는 바로 이러한 청년들, '청년니트'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OECD 전체 청년 인구의 14.6%(약 4000만 명)가 학교에도, 직장에도, 사회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니트 상태(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청년이라고 추산하였다.

▲ <그림1> OECD 국가 청년 니트 비율.


청년의 학력이 낮을수록, 이민자인 경우, 부모의 교육 수준이 낮거나 일자리가 없는 경우 청년이 니트 상태가 될 확률이 더 높다. 즉, 청년들이 니트 상태가 되는 것은 단순히 개인이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 진입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불평등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청년기에 직업을 얻고, 결혼을 하고, 독립하는 성인으로의 이행을 이루지 못할 때, 우리 사회에 미치는 사회적 위험은 한 세대를 뛰어 넘는다. OECD는 청년 니트 증가를 막기 위해 고용서비스, 심리, 교육, 주거 등 다양한 분야의 종합적인 지원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정부의 공공 서비스와 더불어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청년 니트 지원은 적시에,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이보다 한 발 앞선 2013년 4월, 청년보장 이행 계획을 발표하고 이듬해인 2014년 5월부터 본격 시행하였다. 유럽연합의 21개 회원국은 국가별 특성에 맞는 청년보장제도를 설계하되 청년 고용 이니셔티브(YEI: The Youth Employmene Initiative) 기금 지원에 따른 사업을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청년 니트에 대한 관심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 왔다. 일자리 확보 방안에만 주력하다가 최근에 들어서 지방 정부를 중심으로 더 종합적인 대책을 시범적으로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2016년 기준, 전국적으로 93만~96만 명(15~29세 청년층)이 니트 상태로 추산하고 있다. 청년의 나이를 34세까지 확대하면 120만 명이 니트 상태이니, 바야흐로 청년 니트 100만 시대가 도래하였다. 유럽연합이나 OECD 국가들의 청년 니트가 고등학교 졸업 이하의 교육 수준인 경우가 대다수인 반면, 우리나라의 청년 니트는 대다수가 대학교 졸업자(서울시 청년수당 참여자의 경우, 61.5%가 4년제 대학 졸업생)일 정도로 교육 수준이 높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고학력 청년니트가 대거 등장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청년들에게는 기댈 만한 사회안전망이 거의 없다. OECD 보고서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청년빈곤율은 노년빈곤율보다 높아지고 있다. 고학력, 저활력 니트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취업을 위해 졸업 유예, 공시 준비 등 다른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는 우리 청년들의 현실을 말해 준다. 한국 청년 보장의 구축이 시급한 이유이다.

청년들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프랑스 청년 보장 

지난 9월, 청년보장 정책에 관심 있는 지자체와 청년 지원 조직(서울·광주·대구)이 함께 유럽연합과 프랑스를 방문해 청년보장을 살펴보았다. 이어 10월 26일, 프랑스 청년보장의 전문가, 현장, 연구자를 서울로 초청해 컨퍼런스를 열었다.  

프랑스에서는 16~25세 사이의 니트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 보장 수당, 그리고 미씨옹 로칼(Mission Locale)이라는 지역 센터를 통한 프로그램 지원을 병행하는 <프랑스 청년보장>을 시행하고 있었다. 이들 정책의 목표는 소득 보장과 조기 개입을 통해 청년이 니트 상태를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회적 대화와 관련 이해관계 집단인 국가, 사용자 단체, 노동조합, 학교, 훈련기관, 민간단체 등과 협력 체계를 구성하고 제도적 틀을 만드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미씨옹 로칼은 유럽연합이 청년 보장을 시행하기 훨씬 이전인 1982년, 61개소를 시작으로 니트 상태의 청년 지원을 시작했다. 과거에는 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취업을 할 수 있었고, 일자리는 안정적이었며 부모 세대보다 청년 세대가 더 높은 소득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화와 탈산업화로 낮은 소득의 아르바이트 이상의 다른 것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 돼 버렸다. 이에 2002년부터 고용에 접근하는 여정으로 '동반프로그램’을 시작했고, 2004년부터는 미씨옹 로칼을 노동법에 근거를 두고, 니트 청년 지원 프로그램을 노동 정책의 일환으로 공식화 하였다. 2007년에는 전국 420개소로 확대하고, 2013년에는 유럽연합의 권고로 청년보장 시범사업을 시행했으며, 2017년부터는 442개소(직원 약 1만3000명)가 전국적으로 청년보장수당과 동반프로그램을 시행하였다(2016년 한 해 동안 140만 명의 청년과 접촉).

미씨옹 로칼은 유럽연합의 다른 국가에는 없는 프랑스 모델로, 12개월간 건강, 심리, 주거, 교육, 고용 등 청년들의 다양한 욕구를 상담하고 필요한 자원을 적극적으로 연결한다. 청년보장 계약을 체결한 청년은 집단 프로그램에 정기적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15명 내외로 구성된 집단을 2명의 전문가가 담임제처럼 담당하면서 개별 상담과 집단 상담, 시민 교육, 고용 훈련 등을 수행한다. 2~4주 동안의 집단 프로그램, 기업과 연계된 견습 과정, 시민 교육 과정 등 이 과정에 참여한 청년에게 매월 480유로(한화로 약64.5만 원)의 청년 보장 수당을 지급하는데, 동반프로그램을 참여하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 이를 위해 지역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각 미씨옹 로칼마다 더 작은 규모의 안테나(지부와 같은 성격)을 운영한다.

▲ <그림 2>) 프랑스 청년 보장. ⓒ기현주


프랑스 청년 보장 정책 대상은 재정 가족 사회적 상황이 취약한 니트 청년이다. 청년들의 사회 진입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재정 취약 상황, 낮은 교육 수준, 가족돌봄이나 가족 이슈 등은 청년들의 자율성을 훼방하는 요소라고 보고, 청년보장 지원을 통해 이 문제들을 해소한다. 그래서 청년들이 사회 진입의 기회를 찾고 붙잡는 법을 익히게 하는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다는 개념이다. 즉, 집이 가난해도, 이민자이더라도, 당장 생계에 뛰어들지 않고 본인의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청년이 원하는 이행 과정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배제되어 있는 청년니트를 포괄하겠다는, 청년 사회 안전망이었다. 청년을 중심으로 노동부, 학교 등 관련 부처 간의 협력 체계 구축도 프랑스 청년보장에서 중요한 요소다.

청년 지원, 보다 구체적으로! 더 가까이! 

한국의 청년니트 지원을 살펴보면,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교육훈련+수당지급)와 서울시 등 지자체의 청년수당이 대표적이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니트 상태의 청년들에게 단순 현금 지원을 너머 청년 삶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자 '청년보장'이라는 종합 계획으로 설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수당과 더불어 활동지원 프로그램도 병행하는 프랑스 청년보장 모델과 유사한 점이 많다. 프랑스와 한국의 청년니트 특성이 다르고, 사회구조나 교육시스템이 다른 점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보다 먼저 경험한 프랑스의 사례에서 참고할 만한 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청년지원정책을 위한 종합적인 협력체계 구성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청년 당사자 그룹과 지방의회의 협력으로 청년기본조례를 제정, 민관 협력 체계를 구성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가 갖는 예산, 정책 집행 권한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프랑스의 청년보장과 같이 노동부를 넘어서는 종합지원체계를 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 주거, 복지, 교육, 문화 등 각 부처마다 배치된 청년지원 정책을 종합하는 관련 부처나 위원회 등 실행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장기적으로 학교와 연계는 청년니트에 대한 조기 개입에서 매우 주요하다. 

청년 수당은 규모화, 지원체계는 지역화가 필요하다. 

청년니트는 수도권만의 이슈가 아니다. 청년수당은 규모화하여 중앙정부에서 지원하고, 지자체는 미씨옹 로칼과 같은 지역의 지원센터를 설치하여 단순 수당 지급을 넘어 청년들을 지역에서 가까이 지원해야 한다. 특히, 지역별 산업 특성이나 민간 역량 등이 모두 다르므로 지역별 자율적인 프로그램 구성 권한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지원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청년 종합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청년정책은 내년에 효력이 다하는 한시적인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 근거하여 부분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하지만 현재 당면한 청년니트 문제만 보더라도 고용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청년들이 처한 상태와 상관없이 안전하게 사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청년 지원을 종합하는 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 

▲ <그림 3> 툴루즈 미씨옹로칼. ⓒ기현주


프랑스 남부도시 툴루즈에서 만난 청년보장 참여 청년은 "청년보장을 통해 내가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처음으로 들었다"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만난 청년수당 참여 청년도 "청년수당은 사회가 나를 응원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이야기한다. 

이제 청년 지원도 한 발 더 나가자. 청년을 위해 보다 구체적으로, 더 가까이 가자. 학교에도 직장에도 사회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있는 니트 상태의 우리 청년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청년들의 사회 진입을 돕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기현주 내만복 운영위원은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장입니다.)

참고자료 
남재량, 2017, <최근 청년층 니트 특징과 변화>, 한국노동연구원
김종진 외, 2017, <해외 사례 분석을 통한 청년정책 연구>, 서울시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2017, <청년수당 활성화를 위한 청년보장 선진국가 연수 보고서>
청년허브, 2017, <2017 청년보장포럼 자료집> 
OECD 사회지표 보고서, 2016,



* 출처 :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75111&utm_source=naver&utm_medium=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