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문재인 대통령의 증세 기조에 대한 비판

2017. 7. 22. 11:31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문대통령의 증세 인식, 안이하다



초고소득층·초대기업에 한정하면 증세규모 미미


추미애 제안을 시작으로 종합적 조세개혁 로드맵 내야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어제(2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문재인대통령이 밝힌 증세 기조에 큰 우려를 밝힌다. 문대통령은 최근 증세 논란을 정리하면서 “다만 증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다. 일반 중산층과 서민들, 중소기업들에게는 증세가 전혀 없다. 이는 5년 내내 계속될 기조다.”라고 천명했다. 일반 중산층, 중소기업에 세금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임기 내내” 증세 대상을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으로 한정한 것은 큰 문제를 지닌다.


문대통령은 ‘이제 증세의 방향과 범위를 확정해야할 시기인데 (추미애 대표가 제시한 소득세, 법인세 증세방안으로) 대체로 방향은 잡혔다’는 취지로 발언을 이어갔다. 추대표의 증세안은 과표소득 5억원 초과자를 대상으로 현행 40% 소득세율을 42%로 올리고, 과표이윤 2천억원 초과 기업을 대상으로 현행 22% 법인세율을 25%로 인상하는 내용이다.


문대통령이 언급한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은 누구를 의미하는가? 문대통령이 대상을 특정화하지 않았지만 추대표가 제시한 방안을 염두에 두고 “어제 토론으로 방향은 잡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한 것을 감안하면 대체로 ‘과표소득 5억원 초과 소득자, 과표이윤 2천억원 초과 기업’으로 해석될 수 있다. 만약 문대통령이 언급한 초고소득층, 초대기업의 범위가 이렇다면 문대통령의 증세 인식은 너무도 안이하다. 향후 5년 국가재정 운영의 기본 틀을 제시하는 첫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온 대통령의 증세 포부가 고작 이 정도란 말인가.


추대표 제안에서 증세 대상은 얼마나 될까? 현재 5억원을 초과해 버는 사람은 약 4만명으로, 경제활동인구 2800만명의 0.14%에 불과하다. 인원이 이리 적으니 이들에게 42% 세율을 적용해도 더 걷는 세입은 연 1조 8백억원에 그친다. 과표이윤이 2천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은 현재 116개에 불과하고 이 기업에 25% 세율을 적용할 때 얻는 세입은 2조 7천억원이다. 결국 추대표 제안에서 얻는 추가 세입은 3조 8천억원에 그친다.


이 정도의 세입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문재인정부가 기초연금 10만원 인상을 온전히 시행하면 연 6조원이 소요된다. 추대표 제안으로 3조 8천억원을 확보해도 기초연금 10만원 지출비용의 2/3에 불과하다. 또한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 지원액 4조원으로 충당하면 그만인 금액이다. 이 정도가 촛불시민이 만든 정부의 증세 기조란 말인가?


어제 문대통령의 발언은 슈퍼리치 증세로 불과 약 4조원의 세입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다른 증세 논의를 봉쇄하는 문제점을 지닌다. 초고소득자·초대기업과 중산충·중소기업 사이에도 증세해야할 주요 대상이 존재하는데 이들이 대한 증세 논의를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국정운영 5개년계획]을 발표하면서 향후 조세개혁에 대한 국민적 논의를 위해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한다 발표했다. 이렇게 대통령이 증세 범위를 사전에 제한해 버리면 이 위원회는 무슨 소용이 있는가?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추대표의 제안을 전향적으로 평가한다. 이 제안이 문재인정부에서 증세 논의를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추대표의 제안은 문재인정부 증세의 전부가 아니라 앞으로 종합적인 조세개혁 로드맵을 만들고 이행하는 계기여야 한다.


현재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GDP 19%대로 OECD 평균 25.1%(2014)에 비해 약 6% 포인트 부족하다. 금액으로 계산하면 대략 100조원이다(2017년 GDP 1700조원 가정). 북구 유럽 복지국가가 아니라 OECD 평균의 중부담중복지 국가로 가기 위해서라도 연 100조원의 세금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사회보험료까지 합친 국민부담률에서는 부족액이 대략 연 140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세입 현실이 이러하다면 문재인정부는 우선 OECD 평균 수준으로 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한다. 이게 바로 문재인정부가 [국정운영 5개년계획]에서 밝힌대로 대한민국을 “나라다운 나라로 만드는 것”이고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로 가는 길이다.


문재인대통령에게 요구한다. OECD 평균에 비해 부족 세금이 연 100조원인 나라에서 고작 4조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촛불정부의 증세 목표여서는 곤란하다. 극소수 사람과 기업에 한정하는 증세는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조세정책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슈퍼 계층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우선 강조하는 취지에서 이 방안을 먼저 꺼내더라도 최소한 상위 20~30% 계층에게 누진적으로 세금 책임을 더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법인세는 이윤을 올린 기업에게만 부과되는 세금이다. 법인세 추가 과세 대상도 확대해야 한다. 이것이 소득능력에 따른 누진과세이고, 국민이 바라는 조세정의이다. 이래야 유의미한 복지재정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조세정의를 실현해가면서 서구 복지국가처럼 더 넓은 증세 논의도 가능할 것이다.


문대통령은 과장된 ‘조세 저항’ 논리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국정운영 5개년계획]에서 이제 대한민국이 국민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시대’로 들어섰다고 규정했으면 그 시민을 믿어야 한다. 지난 보편복지 논의를 거치면서, 시민들은 복지를 권리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복지가 늘어나는 만큼 세금이 더 필요하고, 사회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는 만큼 사회보험료도 함께 이야기해야한다는 사실을 안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부라면 당당하게 증세를 제안하라! 시민을 믿고 증세를 위한 사회적 논의자리를 만들어라! 

<끝>




2017년 7월 22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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