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최순실에 집중할 때, 부동산이 수상하다

2016. 11. 11. 17:45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주거 정책 결정에 '집 없는 사람'도 참여해야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또 최순실이야? 우린 최순실이 관심 없어서 이 모양이야?"


한 세입자가 울분을 토했다. 지난 보름 동안, 우리 사회에서 법과 제도는 사라지고 오직 인물만 남았다. 비단 최순실이라는 인물만이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초이노믹스'를 필두로 '빚 내서 집 사라'는 부동산 정책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박근혜 정부는 현재까지 14차례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사실상 국정 운영이 마비되기 직전인 11월 3일에는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을 발표했다. 이 말은 곧, 13번째 대책의 결과가 투기로 점철된 부동산 시장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반전세와 월세 세입자 늘어


최근 한국도시연구소는 2011년부터 2016년 6월까지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전수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무엇보다 세입자 구성이 변하고 있다. 2011년 전세 비율은 69%였지만 현재는 56.7%로 감소했다. 전세에서 자가 소유로 전환된 것이 아니라 반전세, 월세로 전환되었다. 매월 월세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세입자들이 늘었다는 이야기다.

이는 자연스럽게 가계의 가처분 소득 하락으로 이어지고 경제의 위축을 가져온다. 아무리 주택 가격을 띄우고, 집을 사라고 규제를 완화해도 자가 소유 비율은 늘지 않는다. 인구 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자가 비율은 55.8%로 정점을 찍고 그 이후로 줄어들고 있다. 이것이 실패한 부동산 정책이 주는 교훈이다.



▲ [표1] 임차유형별 구성비의 변화(2011년~2016년 6월). (출처 : 한국도시연구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분석 자료) ⓒ한국도시연구소


이러한 상황에서 발표된 11월 3일 부동산 대책은 미봉책이다. 최근 들어 강남권 지역의 주택 가격은 평당 8000만 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급하게 불을 꺼야 했다. 그렇다보니 정부는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주택 분양권 거래 금지, 청약 조정 지역으로 지정하여 전매 제한, 청약 제도 요건 대폭 강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대책을 내놨다. 이는 부동산 대책을 여전히 부동산 산업적 관점에서만 접근해 결과적으로는 주거 안정이 목표가 아니라 부동산 경기 안정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미봉책이다.

그렇다면 현재 부동산 시장의 문제는 무엇인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주택 가격이 이에 대한 해답을 보여준다. 2015년 물가는 0.7% 오른 반면 주택 가격은 3.4% 상승했다. 강남 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은 14% 이상 상승했다.

이는 정부가 공격적인 대출 정책을 펴서 생긴 결과다. 정부는 거래가 늘고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것을 뒷받침하는 대출 정책을 폈다. 그래서 지금은 투기 광풍이 불었던 노무현 정부 시기와 비교해도 거래량이 비슷할 정도다. 그만큼 부채는 늘어나고 불필요하게 주택 가격이 상승했다. 억지로 부양시킨 경기는 필시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렇게 오른 주택 가치가 떨어지면 가계의 부담은 물론 국가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누가 만들고, 결정할까. 최근 한 언론에서는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이라며 '부동산 가격 안정 심의 위원회'와 '주거 정책 심의 위원회'의 편협적인 구성을 비판했다. 강남 지역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을 논의하는 위원회의 구성원 중 다수가 강남 지역에 이미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지만, 문제는 세입자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사람 또는 단체가 참여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절반에 가까운 시민들의 삶은 위원회 안에서 누가 대변할 수 있는가.

유엔 해비타트, 이해 당사자 참여 제시

유엔(UN)의 사례를 참고하자. 지난 10월, 에콰도르 키토에서는 '유엔 해비타트 3차 회의'가 열렸다. 해비타트 3차 회의는 지난 1차, 2차와 달리 도시에 대한 권리(Right to the City)를 강조하는데, 이는 도시 정책과 도시 계획 의사 결정 과정까지를 포함한다.

이번 회의는 '새로운 도시 의제(New Urban Agenda)'를 채택했다. '새로운 도시 의제(New Urban Agenda)'는 약속과 원칙으로 다양한 이해 당사자의 참여를 제시한다. 다양한 이해당사자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시민사회, 노동조합, 농민, 여성, 아동, 청소년, 청년 등을 포괄한다.

유엔 해비타트(Habitat, 주거환경 혹은 거주 장소)란? 

유엔 해비타트는 사회적,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고 인류에 적절한 쉼터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유엔 산하 기구로, 1976년 이래 20년마다 공식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1976년 벤쿠버에서 열린 1차 회의를 시작으로 1996년 이스탄불, 2016년 키토, 에콰도르에서 열렸다. 이번 3차 회의는 '지속 가능 도시 구축'을 위해 새로운 도시 의제(New Urban Agenda)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이행 계획(Implementation Plan)이 논의됐다.


해비타트 3차 회의에는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한다. 'Steak Holders'라는 이름으로 13개의 이해 당사자 그룹들은 새로운 도시 의제에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토론하며 스스로 각종 회의들을 조직했다. 또한 이들은 도시 정책이 이해 당사자들의 참여와 동의 과정을 거쳐 실시돼야 함을 합의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어떤가? 이해 당사자의 참여가 허용되지 않는다. 심지어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대표적으로 '집단 이기주의'라는 말은 이익 집단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집단적인 행동에 대한 반감을 내포한다. 사회적 약자는 개인이 홀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결사체를 형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민주주의에서 사회적 약자가 살아남는 방법이기도 하다.

세입자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모두 집을 살 수 없다면, 자가 소유를 촉진하는 정책이 아니라 세입자가 집을 사지 않아도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관철시킬 세입자들의 결사체가 있어야 한다. 다행히 전국세입자협회, 청년들의 주거 운동 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 등이 그 물꼬를 트고 있지만 제도적으로는 이들의 참여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 이는 곧 보호받아야 할 세입자가 힘이 약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2015년 시행된 주거기본법에는 주거 종합 계획을 심의하는 '주거 정책 심의 위원회'가 들어 있다. 주거 정책 심의 위원회는 현재 관료와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법을 살펴보면, 위원회 구성에 있어 '주거 복지 등 주거 정책의 대상 계층을 대표하는 사람', '주거 복지 등 주거 정책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포함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전월세난으로 이사를 많이 다닌 사람만큼 주거 정책에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있겠는가.

'집 없는 사람'도 주거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언제까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야 하는가. 이미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인정하고 새롭게 바꿔가려면 집을 투기로 보는 관점, 부동산을 경제 산업으로 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그 변화의 시작은 그동안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 배제되었던 사람들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세입자 중심으로 부동산 정책을 전환하고 그 중심에 주거권 보장을 내세워야 한다. 이제는 인물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법과 제도를 통해 시민들이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 그것이 민주주의를 선택한 사회의 최소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