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복지] '이건 혁명이었어요.' 김미영 동장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2016. 8. 28. 20:41내만복 교육(아카이빙용)



25년 복지통 갈현 1동 김미영 동장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갈현 1동 주민센터를 찾는 길에 작은 공원이 먼저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미끄럼틀을 타고 몇몇 주민들은 한낮의 더위를 잠시 식히고 있었다. 공원을 지나 오른편에는 재활용품을 사고파는 녹색가게, 왼편에는 아담한 카페가 들어왔다. 지난 5월에 문을 열었다는 마을카페다. 공원과 맞닿아 있어 이름도 공모를 통해 ‘공원있는 카페’로 지었다. 원래는 점심 때 잠깐 직원 식당으로, 나머지는 창고로 쓰던 공간이었다. 의자 하나, 조명 하나까지 주민들이 쓰던 물건을 가져다 꾸몄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고 세련된 실내를 자랑하고 있었다. 지금은 주민센터 직원들과 주민들이 찾고 다양한 주민 소모임 공간으로도 쓰인다.

 



 주민들이 직접 만든 공간이다 보니 ‘내 카페’란 생각에 운영이 어렵지 않다. 오전, 오후로 나눠 각각 두 명씩 돌아가며 20여명의 주민들이 카페를 운영한다. 모두 무보수 자원봉사다. 문을 연 지 두 달이 채 안됐는데 수익금이 벌써 130여만원 쌓였다. 커피 한 잔에 천원, 저렴한 가격에 비하면 높은 수익이다. 마을기금으로 모았다가 나중에 마을 사업에 쓸 계획이다. 마침 이날은 여름 휴가철, 카페가 쉬는 날이라 김미영 동장이 손수 시원한 커피를 내려 건넸다.

 

 마을카페 옆으로 조그만 텃밭이 보였다. 갖가지 잎들이 무성하고, 방울토마토가 발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작은 텃밭은 주민센터 2층으로 이어졌다. 텃밭은 옥상에도 더 있다고 했다. 작은 공원부터 녹색가게, 마을카페와 텃밭으로 둘러싸인 주민센터, 마을 주민들이 자연스레 찾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주민들이 ‘찾아오는 동주민센터’다.

 


  텃밭과 맞닿은 동장실에서 이번엔 주민들을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는 어떤지 물었다. 김 동장은 시간을 거슬러 1년 전 이맘때를 떠올렸다. “복지 행정의 혁명이었어요.” 혁명! 그가 찾동을 두고 처음 꺼낸 말이다. 그만큼 기다렸던 사업을 “드디어 시작한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공무원 생활 25년을 복지 업무만 해온 ‘복지통’이다. 10년 전부터는 <은평복지 알림이>라는 은평구 복지사업 안내서를 해마다 직접 집필해 왔다. 주민센터 직원들이 간편하게 보면서 주민 상담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든 책자다.

 

 온갖 복지사업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지만 그동안 안타까움이 많았다. 찾동 전에는 주민센터에 사회복지 공무원은 네 명에 불과했다. “조금만 신경 쓰면 자립해서 잘 살 수 있는 주민들이 눈에 보이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요. 급한 보고서를 비롯해 앉아서 행정업무 처리하는데 바빴죠.” 나중에 “그러한 주민이 안 좋게 됐을 때는 사회복지직으로서 자괴감마저” 들었다. 갈현 1동만 해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800가구, 1,200명에 달한다. 공무원이 일일이 이들을 찾아간다는 건 엄두를 내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찾동으로 7명의 사회복지 공무원이 충원되면서 주민들을 만나 세심하게 챙길 수 있게 됐다. 올 상반기에만 빈곤위기가정 620가구, 노인 가구 154곳을 방문했다. 사례관리는 51건에 달한다. 하지만 그는 온전히 ‘찾아가는 복지’를 실현하려면 “아직도 부족하다”고 했다.

 

 그와는 달리 직원들은 의구심이 많았다. ‘그냥 형식적으로 하라는 거 아닐까?’라거나 시장이 바뀌면 ‘조금 하다 말겠지’라는 생각이 적지 않았다. 또 사회복지 공무원이 한꺼번에 많이 충원된다고 할 때 기존 행정직 직원들은 걱정이 앞섰다. 행정보다 복지가 중심이 된다니 상대적 박탈감 내지 위기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막상 찾동 사업을 시작하고 새 식구가 된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의구심이 풀렸다. 예전에는 기대하지 못했지만 조금씩 마을이 바뀌는 걸 보면서 사업의 필요성도 공감하게 됐다. 김 동장은 매뉴얼을 꼼꼼히 챙기면서 직원들과 꾸준히 이야기했다. 그러다보니 직원들이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어느새 모두가 마을을 누비는 ‘우리동네 주무관’이 되었다.

 

 막연했던 ‘찾아가는 복지’, 복지 통반장부터 챙겨보니...

 그렇다고 김 동장이 막무가내로 직원들을 밖으로 내보낸 것은 아니다. 경력이 적은 직원일수록 ‘가서 주민을 만나라는데, 어떻게 누구를 만나나?’라며 막연하기 때문이다. 먼저 그는 기존의 통, 반장 조직을 활용했다. 누구보다 마을 사정에 밝은 사람들이 통, 반장이다. 27개 통에 보다 마을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젊은 여성 통장들로 세대교체를 했다. 그들이 마을을 다니면서 보거나 들은 내용들을 한, 두 줄 씩이라도 ‘마을 순찰 및 방문대장’에 써 오라는 숙제를 내줬다. 처음엔 ‘뭐 이런 걸 다 시키세요?’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지금은 익숙해져 한 달에 50건씩은 나온다. 이걸 우리동네 주문관들에게 전해주고, 담당 주무관은 통, 반장과 다시 방문해 확인한다.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주민은 ‘복지플래너’와 함께 찾아간다. 주민들 속에 가장 밀착해 사는 통, 반장을 우리동네 주무관, 그리고 복지플래너와 잇는 삼각편대 구조다.

 

 김 동장은 직원들의 주민 방문을 독려하면서 매달 상황을 점검하고 비교, 분석한 내용을 직원들과 공유했다. 잘 한 직원은 격려하고, 다른 일로 바쁜 시기에는 업무를 조정해 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소진되기 않게 신경을 썼다. 매 달 한번 씩 업무에 필요한 전문가를 초청해 교육을 받거나 ‘바른걸음 걷기’와 탁구 대회 같은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을 연다. 그 자신도 매주 목요일, 복지플래너와 함께 주민들을 만나러 밖으로 나간다. 한 번 나갔다 오면 목부터 시작해 여기 저기 몸이 아프다. “저는 일주일에 한 번인데, 직원들은 매일 나가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제가 그걸 알면서도 직원들더러 나가라고 할 때는 가슴이 아파요.”

 

 그러면서도 찾아가는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떤 주민이 한 겨울에 냉방에서 지낸다는 걸 말로 전해들은 것과 직접 찾아가 차가운 냉기를 몸과 가슴으로 느끼는 건 커다란 차이죠.” 가슴으로 느끼면서 일을 해야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주민을 찾을 수 있고, 그 주민을 돕기 위한 자원을 찾게 되고, 그래야 다른 마을 사업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직원들에게도 늘 강조하는 그의 소신이었다.

 

마을복지와 마을공동체는 한 식구

 찾동의 가장 기본 사업인 찾아가는 복지와 함께 그가 역점을 둔 건 주민들이 참여하는 ‘마을복지 생태계’ 꾸리기다. 어떤 주민이 홀로 사는 노인으로부터 “나는 저 세상 갈 때 입고 갈 옷 한 벌도 못 만들어 놓고 살았다.”는 말을 들었다. 문득 장례식에 입는 ‘수의’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주민 몇 명을 모아 모임을 꾸리고 수의 만드는 법을 배웠다.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한 달에 한 벌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김 동장은 주민참여 예산을 조금 지원하고 마을에 광고를 내 공업용 재봉틀 3대를 기부 받았다. 이들이 만든 수의를 전해 받은 노인은 “정말 이런 것까지 줄지 몰랐다.”며 눈물을 흘렸다.

 

 주민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이웃에 도움이 되고, 기쁨을 주는 일이 되었다. 지금은 마을 장례식장에 한 벌에 20만원씩을 받고 수의를 팔 수 있는 모임으로 성장했다. 수익금은 홀로 사는 노인 돕는 일에도 쓰고 앞으로 ‘마을기업’으로 더 커가길 꿈꾸고 있다. 수의 만들기 모임 외에도 어르신들의 한과 만들기 모임 등 마을과 복지를 잇는 주민 모임이 5개 더 있다. 김 동장은 “마을복지와 마을공동체는 분리할 수 없어요. 하나의 시스템으로 맞물어 가면서 마을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참을 얘기하다 김 동장이 책 한권을 꺼내 보여 주었다. 큰 상을 받아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베스트셀러’다. 얼마 전 걷는 게 불편한 70대 노인을 찾아 ‘노인용 보행기’를 건넨 적이 있었다. 며칠 후 그 노인은 “더운 여름날 무거운 보행기를 직접 들고 와 너무 고맙다.”는 손 편지와 함께 책을 소포로 보냈다. 그 편지와 책을 자랑하듯 보여주며 김 동장은 “책 한 권 사보기 어려운 형편이었을 텐데, 제가 더 감사했어요.”라고 말했다. 책은 마을카페인 ‘공원있는 카페’에 두고 직원, 주민들과 돌려 볼 생각이다.

 

*글/사진 : 우.찾.사 이상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사무국장)

 

* 우리동네주무관?

- 동 전체를 몇개의 구역(통)으로 세분화하여, #전직원(동·팀장 포함)이 우리동네주무관 역할을 수행함.(단, 민원창구·복지상담전문관은 제외 가능)
- 복지플래너의 경우, 대상가정을 방문하여 복지욕구를 충족하는 역할을 한다면, #우리동네주무관 은 동네를 돌아다며 주민과 소통함.

- 주요서비스 : 주민과의 소통창구(주민과 인사하고, 만나기), 생활 민원 해결(구 동단위 담당자에게 전달하고 주민에게 피드백하기), 돌봄·나눔 이웃 발굴 및 연계(담당 구역의 대상자 발견 시, 복지플래너 연결)
 

※ 우리동네주무관1호는 #동장 입니다.

※우리동네주무관은 "#행정직"과 "#사회복지직" 구분 없이 동 주민센터 근무하는 공무원 모두 #우리동네주무관 을 수행합니다.

 

 

* 복지플래너?

- 복지플래너는 복지1팀, 2팀에 소속되어 있는 방문을 하는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 방문 대상 : 65세 도래 어르신 가정, 출산가정, 빈곤위기가정

- 주요서비스 : 공적급여, 복지시설 이용 연계, 정서적·심리적 지원, 건강한 가족관계 형성 지원, 고용·세무·법률·교육·문화·자원봉사 등 통합적인 서비스 정보 제공, 동단위 사례관리 연계, 학대 등 징후 발견 시 신고
 
 

※ #복지플래너 참고사항^^

- 65세 #도래 어르신과 출산가정은 #보편대상 (소득과 상관 없이) 방문에 동의한 가정은 누구나! 방문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65세 이상 어르신 모두가 아닙니다~*)

#출산가정 에는 예방접종을 한 여성공무원이 방문합니다.

- 주변에 #빈곤위기가정 이 있다면, 가까운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로 연락하세요! 복지플래너가 방문하여 상황을 점검하고 사례관리합니다.


우리동네주무관&복지플래너의 역할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에서 업무매뉴얼을 다운받아 주세요^^
//goo.gl/gxbpQ2
 

우.찾.사(우수사례를 찾는 사람들) 란?

 

  서울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추진지원단(서울시복지재단)의 사례발굴단으로 '찾.동'을 추진하며

나타나는 우수한 사례들을 발굴하고 이를 집중취재함으로써 타 자치구와 동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취재된 사례는 '찾.동' 홈페이지, 페이스북 등을 통해 홍보 및 연말 사례집 제작시 활용될 예정입니다. 

 

  * 우리 자치구 또는 동의 우수한 사례를 집중취재하여 널리 알리고 싶다면

     02-2133-7842 정선진 으로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