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27. 13:43ㆍ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오건호 |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오늘, 국회 공적연금 강화특위가 종료된다. 처음에 그리 요란을 떨더니 딱 용두사미다. 주어진 5개월에서 절반이 지나서야 위원을 확정하고 이후 두 차례 업무보고와 공청회로 회의를 채웠다. 급기야 최종 열흘을 남기고 사회적 기구 분과회의를 열더니 더 논의해야 한다며 25일간 연장하고 또 맥없이 문을 닫는다.
아마 오늘 회의에서 야당은 새누리당을 규탄할 것이다. 공적연금을 제대로 세우라는 국민의 열망을 무시했다고. 맞다. 새누리당은 그랬다. 오늘 회의에서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최소한의 조치마저 외면할까 우려된다. 그러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왜 자신이 그토록 요구해 특위를 구성하고도 이리 무기력했을까?
나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닌 연금개혁 노선의 한계를 본다. 지난 공무원연금 개혁 논란에서 ‘공적연금 강화’ 의제를 끌어낸 건 성과다. 안타깝게도 여기까지다. 공적연금 강화로 곧바로 국민연금 급여율 인상을 내걸었다. 솔깃한 제안이지만 실제 그 방향으로 의사결정하기에는 따져야 할 게 너무 많은 주제다.
국민연금은 핵심 공적연금이지만 노동시장이 불안정한 환경에선 격차를 지닌 노후복지제도이다. 급여율이 올라도 사각지대 노인에겐 도움이 못되고 소득과 가입기간에 따라 연금액이 정해지기에 인상액도 상위계층일수록 많다. 연금특위가 사각지대 보완대책도 다루었지만 불안정한 노동시장 구조의 제약을 넘기 어렵다. 심지어 연금 제도가 급여와 기여의 짝이라는 상식도 무시됐다. 지금도 받을 연금액에 비해 내는 보험료가 부족하고, 여기서 더 급여율을 올리려면 상당 수준으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데도 급여율 10%포인트 인상을 주장하면서 보험료율은 1%만 올리면 된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동원됐다. 결국 국민연금 인상론은 호기 있게 나섰지만 사각지대, 계층간 격차, 보험료 인상 장벽을 만나자 위축되었고 선언적인 외침을 반복할 뿐 자신의 의제를 이끌 수 없었다. 이 연금 문법은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해 상당수 진보적 복지학자, 시민단체는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이루어진 연금개혁을 ‘개악’으로 이해한다. 국민연금의 급여율을 60%에서 40%로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다. 이번 급여율 인상 요구도 과거 개악을 일부 되돌리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2007년 변화를 개악으로 단정하는 건 일면적 평가이다. 이 개편은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두 제도의 짝을 맞추는 작업이었다. 국민연금을 깎는 대신 새로이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했다. 명목급여율만 보면 국민연금은 20%포인트가 인하되고 기초노령연금은 10% 신설됐지만 가입기간을 감안한 실제 연금액을 계산하면 평균소득자의 경우 덜 받고 새로 받는 금액이 엇비슷하다. 사각지대 대응으로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면서 급여율이 10%로 정해진 건 국민연금 삭감을 실질 보전하는 의미에서이다.
2007년 개혁의 핵심은 무엇인가? 국민연금 단일체계가 국민·기초 이원체계로 전환된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이 지닌 세대 내,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개선됐다. 우선 현재 세대 연금복지가 하후상박으로 조정됐다. 평균소득자는 대략 손익이 비슷하지만 하위소득자는 국민연금 삭감액보다 기초노령연금액이 많고, 사각지대 노인은 기초노령연금을 온전히 얻었으며, 반면 상위계층일수록 연금액 감액이 크다. 동시에 국민연금 급여가 낮아지는 만큼 미래 세대 부담이 줄었고 대신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해 당해 세대가 책임지는 공적연금 몫을 늘렸다.
같은 사안을 두고 왜 평가가 갈릴까? 손해를 본 사람에겐 개악이고 혜택을 얻은 사람에겐 개선이다. 국민연금의 눈으로만 보면 손해지만 전체 국민의 눈으로 보면 이전보다 형평해졌다. 노동시장 격차가 사회보험에 그대로 이어지는 우리 현실이 기존 연금문법에게 묻는다. ‘누구의 눈으로’ 연금을 볼 것인가?
초고령사회로 가는 한국에서, 공평하고 지속가능한 연금개혁 방향을 수립하는 건 무척 중요하다. 이후 두 공적연금을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과제이다. 국민연금만을 가지고 용돈연금이라 평하는 것도 적절치 않고, 국민연금, 기초연금 모두 올리면 좋겠지만 이미 국민·기초연금에다 법정 퇴직연금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 ‘모두 강화’하는 것은 어렵다.
어느 연금을 더 키울지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 연금개혁은 한 번에 완료할 수 없는 연속 과제이고, 내년 총선, 내후년 대선, 또 미래 세대까지 이어질 과정이다. 이제부터 기초연금 중심으로, 불안정 계층의 눈으로 연금문법을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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