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21)
-
[경향] 건강보험 재정 정상화 묘수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재정 분야를 공부하면서 늘 의아한 주제가 국민건강보험이다. 올해 건강보험의 지출은 70조원으로 우리나라 사회보험에서 독보적이다(장기요양 포함). 아니 어느 행정부처보다 많다. 31조원의 국방부, 40조원의 국토교통부는 가볍게 제치고 자신의 상관인 보건복지부 63조원보다 많다. 현재 지출이 가장 많은 교육부가 68조원이니 실제론 우리나라에서 건강보험공단이 최대 부처라 말할 수도 있다. 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불가피한 사연이 있었다. 건강보험은 시작부터 단일 체계로 운영된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과 달리, 수백개의 지역·회사별 조합으로 출발했다. 조합마다 보험료율이 다르고 독립채산제로 운용되어 국가재정으로 편입되기 어려웠다. 이후 이러한 조합주의 방식에선 재정..
2018.07.18 -
[경향] 민주노총, 사회연대노총으로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오늘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열린다. 우여곡절 끝에 민주노총이 참여하면서 성사된 자리이다. 내 주변의, 다소 진보적인 사람들에게 민주노총은 참 독특한 존재이다. 어쩌다 이야기 소재로 떠오르면 비판과 한탄으로 동네북이 된다. 그러다가 마무리에선 ‘제발 민주노총이 잘해야 한다’며 또 기대를 건다. 그냥 단념해버리면 될 걸, 왜 이 사람들은 이리 미련을 갖는 걸까? 혹 부질없는 과거 회고일까? 솔직히 반복되는 실망에 익숙해져 있다. 그럼에도 새삼 민주노총 주제를 꺼내는 건 최근 민주노총과 산하 산별조직의 전향적인 움직임 때문이다. 우선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직 진단이 대담하다. 그는 지난달 선거에서 핵심 슬로건으로 “고립, 분열, 무능을 뛰어넘어”를 제시했다. 사람들이..
2018.02.01 -
[경향] 초과세수를 넘어 복지증세로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내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시작되었다. 올해 본예산 400조5000억원에서 429조원으로 7.1% 증가한 예산안이다. 소득주도 성장을 이끌기 위해 적극적 재정정책을 담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특히 복지예산이 눈에 띈다. 내년부터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도입 등으로 16조7000억원이 늘어 증가율이 12.9%이다. 앞으로도 문재인케어, 부양의무제 기준 개선, 사회서비스 공공화 등이 본격화되면 복지는 더 커갈 것으로 전망된다. 초과세수는 반갑지만 한편 우려도 생긴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려면 그에 걸맞은 재정 기반을 갖추어야 하건만 조세제도 개혁 밖의 초과세수에 안주하는 경향이 보여서다. 지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부터였다..
2017.11.08 -
[경향] ‘노후의 벗’으로 거듭나라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조만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임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도 특정 공공기관의 이사장 자격을 대선 공약에 담은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일할 듯하다. 공약집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깨끗하고 개혁적인 인사로 임명”하겠다고 명시했다. 마침 지난달 연금공단이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국민연금이 어느새 한 세대의 역사를 지녔다. 이제는 노후가 막막한 서민들에게 믿음직한 의지처로 자리 잡았을까? 아마도 대답은 부정적일 듯하다. 현행 국민연금에서는 오래 가입할수록 순혜택이 크다. 고용이 안정된 사람일수록 가입기간이 길기에 불안정 노동자, 영세 자영자보다 혜택을 더 얻는다. 국민연금이 젊었을 때의 격차를 노후에 심화시키는 ‘역진성’을 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에 정..
2017.10.11 -
[경향] 세금 정책, 시민들을 믿어라
문재인 정부에 세금이란 무엇일까? 자신이 주창한 ‘포용적 복지국가’를 구현하는 핵심 자원으로 여기고 있을까? 근래 몇 달 세금정치를 보면 평가는 부정적이다. 대선 공약에서 세입개혁은 미약했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선 ‘증세 없는 복지’가 등장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증세안이 보완되었지만 ‘핀셋증세’에 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조세부담률에 도달하려면 거의 연 100조원이 필요하건만 세법개정안의 세수는 연 5조5000억원이다. 임기 첫해 작품이 이렇다면, ‘준비된 대통령’이라지만 조세 분야에서 국정전략이 있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물론 세금은 불편한 주제이다. 정치권에, 특히 집권세력에는 건드리고 싶지 않은 뜨거운 감자일 수 있다. 그럼에도 여러 사람들이 아쉬움을 드러내는 까닭은, 대통령과..
2017.08.09 -
[경향] 후보들은 정책 논쟁을 하라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이제야 후보들 복지 공약의 대략을 알게 되었다. 지난 월요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들의 10대 공약을 공개한 덕택이다. 선거가 고작 3주 남은 시점에서 말이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정책 공방보다는 후보 자질, 선거 구도 등이 부각될 텐데 앞으로 얼마나 실질적인 토론이 이어질 수 있을까? 매번 대통령선거 때마다 뒤늦은 공약 발표에 문제를 느껴왔다. 이번에는 아무리 조기대선이라도 너무하다. 유력 후보들이 일찍부터 대선을 준비해왔기에 더욱 그렇다. 선거만큼 자신의 뜻을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을까? 진정 자신의 국정 계획을 유권자에게 알리고 싶다면 하루라도 빨리 공약을 내야 했다. 치열한 논의를 거친 공약일수록 실행 가능성도 높다. 널리 공론화되고 점검된..
2017.04.23 -
[경향] 복지국가와 재벌체제
_ 오건호 |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촛불을 계기로 헌법을 다시 볼 기회가 생겼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전에는 헌법 문구들을 당위적으로 대했다. 이번엔 사뭇 달랐다. 조항을 읽을 때마다 촛불을 켜는 정성이 생각나고 광화문 거리를 걸었던 해방감이 밀려왔다. 촛불파도가 넘실거리듯, 단어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몇 번의 촛불 참여가 이러한데 처음 민주공화국을 외치며 쓰러져간 사람들은 어땠을까? 복지국가도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국민은 행복추구권과 인간다운 생활권을 지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들, 헌법의 명령이 바로 복지국가였다. 헌법 문구에서 복지국가를 생각하다 문득 질문이 나에게로 향했다. 혹시 나도 기성체제이지 않았을까? 하루하루 ‘헬조선’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절박함과 제..
2016.12.14 -
[경향] 복지목적세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지난 복지 논쟁에서 선별복지가 물었다. 보편복지는 진보 쪽의 입장인데 왜 부잣집 아이들, 재벌 회장님까지 복지를 제공하려 하느냐고. 보편복지가 답했다. 이제 복지는 모든 시민의 권리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래야 복지재정도 늘려갈 수 있다고. 스웨덴 사회학자 발테르 코르피의 ‘재분배의 역설’에 근거한 응답이다. ‘재분배의 역설’은 가난한 사람에게 복지를 집중하기보다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 더 재분배 효과를 거둔다는 주장이다. 단위예산당 복지 효과는 선별복지가 크겠지만 보편복지가 재분배에 더 기여하는 까닭은 ‘재정 규모’가 매개되기 때문이다. 복지를 권리로 제공하는 보편복지가 상위계층에게 재정 책임을 더 강력히 요구할 수 있고 실제 서구 복지국가에서 그..
2016.10.13 -
[경향] 건보 부과체계 개편, 흐지부지되나
오건호 |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나는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다. 매달 은행 계좌에서 나가는 보험료 금액을 볼 때마다 씁쓸하다. 근로소득에만 보험료가 매겨지는 대부분의 직장가입자에 비해 나에게는 재산에도 보험료가 부과된다.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직장가입자로 있다가 지역으로 전환된 사람 중 약 절반이 재산 때문에 보험료가 평균 두 배 이상 오른다. 대부분 일자리 사정이 어려워져 지역으로 왔을 텐데 오히려 보험료를 더 내야 하니 황당한 현실이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송파 세 모녀도 월 5만원씩 보험료를 냈다. 월세가 전세금으로 환산돼 재산으로 간주된 결과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재산에 대한 보험료율마저 역진적이다. 재산이 1억원이면 해당 보험료가 약 8만원인데, 30억원에 부과되는 보험료는 ..
2015.07.09 -
[경향] 사회복지세를 이야기해보자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내일은 설날이다. 올해엔 밥상 주제로 세금도 오를 듯하다. 설날 ‘서민증세’ 성토장이 열릴 듯한데, 다르게 말해볼 순 없을까? 2014년도 세입 결과가 발표됐다. 법인세가 예상보다 줄고 근로소득세는 5000억원 늘자 언론은 “월급쟁이들만 쥐어짰다”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근로소득자들의 세금이 증가한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분통 터트릴 일은 아니다. 세목별 총액보다 중요한 건 계층별 부담액이다. 지난해 소득세제에 어떤 일이 벌어졌나? 연말정산 변화로 아이가 태어났거나 두 명 이상인 중간계층 가구에서 세금이 조금 늘었지만 전체적으로 고소득자일수록 세금을 훨씬 더 내고, 연봉 4000만원 미만 가구는 대체로 줄었다. 또한 38% 최고세율 구간이 3억원에서 ..
2015.02.18 -
[경향] 용돈연금이라 놀리지 마라!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나는 국민연금이다. 요새 마음이 편치 않다. 이웃집 공무원연금 살림이 어려워졌다며 가계부를 전면 손볼 모양인데 공연히 우리 집으로 불똥이 날아왔다. 하향평준화란다. 내 키가 작으니 이건 그렇다 치자. 그런데 툭하면 나를 ‘용돈연금’으로 깔본다. 나와 닮아가는 게 ‘공적연금 포기’란다. 그럼 도대체 난 뭐란 말인가?그 용돈의 실체를 보자. 올해 약 290만명의 노인에게 달마다 평균 33만원씩 드린다. 이것만 보면 용돈이 맞다. 나는 1988년 태어났다. 은퇴 후 나를 받으려면 60세 이전까지 10년은 가입해야 하는데 당시 45세가 넘은 사람들은 이 기간을 채우기 어려워 최소 5년만 납부하면 수급권을 부여받았다. 내가 도시 지역까지 확대된 1999년에는 당시 50세..
2014.12.10 -
[경향] 힘내라, 사회복지사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지난주 사회복지사들이 광화문 네거리에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초생활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한 후 다음 달 생계급여에서 같은 금액을 삭감하려는 정부를 비판하는 자리다. 모두 출근해야 하는 처지라 모인 시간은 오전 7시30분. 사회복지사 약 400명이 신문에 성명 광고도 실었고, 릴레이 물결이 지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27년 경력의 선배 참석자는 현장 사회복지사들이 자발적으로 ‘정치적’ 발언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한다. 복지 열풍이 뜨겁던 2011년, 어느 복지관에서 열린 사회복지사 간담회에서 나는 마음먹고 한마디 했다. 온 세상이 복지국가를 말하는데, 정작 복지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들이 왜 적극 나서지 않느냐며..
2014.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