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칼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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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문화와 세상] 언어도 인권이다
[문화와 세상]언어도 인권이다 이건범 | 작가 thistiger@naver.com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 1979년 어느 날, 영국 런던의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40대 초반의 여성이 탁자에 수북이 쌓아 올린 종이를 갈가리 찢어대는 특이한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지나가던 경찰관은 그들에게 해산하라고 경고하면서 100개의 단어로 구성된 수도경찰법을 읽어 내려갔다. 1839년에 만들어진 이 법은 난해한 법률 용어와 지나치게 복잡한 문장으로 악명이 높았다. 모여든 기자들에게 이 중년 여성은 그 문장들을 쉬운 영어로 번역해주다가 조롱하듯 경찰에게 물었다. “그 복잡하고 어려운 표현은 우리가 여기서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는 뜻인가요?” 경찰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이 찢고 있던 종이는 몹시 어..
2013.03.10 -
[경향, 문화와 세상] 악당은 인질극을 좋아한다
이건범 | 작가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 등의 활극 영화나 범죄 드라마를 보면 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장면. 바로 인질극이다. 화면 속 인질극의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 선의와 사랑으로 연결된 사람들의 연결고리를 활용한다. 이런 경우 인질은 1차 인질로 끝나지 않고 이에 엮이는 2차 인질이 주인공을 엮는 식이다. 아이를 인질로 잡으면 그 엄마의 눈물이 주인공인 남편의 발목을 잡는다. 둘째, 인질극은 처음부터 등장하지 않고, 악당이 주인공을 이기지 못하다가 막판에 내는 계책이다. 마지막으로, 인질극은 대개 항복하려는 주인공을 향해 악당을 물리치라고 인질들이 절규하는 과정에서 해결된다. 작가가 인질극을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성으로 판단할 때 가장 치사하고 졸렬한 방법, 정면으로 승부하는 떳떳함..
2013.01.07 -
[경향, 경제와 세상] 살리는 정부와 죽이는 정부
[경제와 세상]살리는 정부와 죽이는 정부 김영순 | 서울과기대 기초교육학부 교수 아니나 다를까. 추석 연휴 끝에 배달된 조간신문은 자살과 묻지마 살인, 폭력 얘기로 얼룩져 있다. 행복해야 할 명절이 누군가에겐 죽고 싶고 죽이고 싶을 만큼 자신의 불행을 더 선명히 하는 날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만연한 자살과 살인이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여름 내내 우리는 끔찍한 살인 사건 보도를 보아왔다. 지난달 10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의하면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했다. 8년째 부동의 1위다. 매일 42.6명, 한 해 1만556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런 우울한 소식들은 어쩔 수 없이 살인과 자살이 동전의 양면임을 지적했던 제임스 길리건의 보고서를 떠..
2012.10.04